프랑스 작가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프랑수아 를로르가 내놓은 신간 《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은 인생의 궁극적 과정이자 목표인 ‘행복’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많은 이들을 행복의 세계로 초대했던 그의 베스트셀러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다.

'핑크색 안경'으로 행복을 바라본다
책은 꾸뻬라는 정신과 의사의 ‘핑크색 안경’에서 출발한다. 이 안경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경이다. 적어도 삶을 망치는 안경보다는 삶을 덜 암울하게 보게 해준다. 수많은 색 중 왜 하필 분홍색 안경이었을까. 색채심리학에서 분홍색은 휴식과 동시에 치유의 색으로 여겨진다.

꾸뻬는 나 자신의 생각과 관념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일상속 에피소드를 통해 ‘핑크색 안경으로 스스로 행복을 바라봐야 한다’는 진리를 찾아간다. 절친인 장미셸과 아녜스, 에두아르를 만나러 떠나는 여행 중 접촉한 사람들의 삶에 뛰어들고, 그들의 마음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언제나 ‘핑크색 안경’을 쓴 듯 자신만만하고 유쾌한 기자 제랄딘은 사실 조울증과 어린시절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의사 친구 장미셸과 일하는 간호사 키와는 꽃 같은 미소를 뿜어내지만 부모님의 결혼 반대로 인한 슬픔과 내란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 보리야는 가정에서의 역할로 고민을 담고 있다. 이들과 만나며 때로는 오해하고, 착각하고, 찰나의 유혹에 흔들린다. 꾸뻬의 마음은 항상 좌충우돌하지만 그 역시 여전히 자신보다 일을 사랑하는 것 같은 아내 클라라와의 사랑을 어떻게 돌릴지 고민을 품고 있다. 결국 티격태격하면서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친구 아녜스 부부와 만나며 꾸뻬는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를 돌아보고 깨닫는다. 꾸뻬 자신 또한 핑크색 안경이 아니라 부정적인 ‘회색 안경’을 내내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솔직한 대화를 못한 채 위태로운 관계에 서 있던 클라라와 만나 화해를 시도한다.

저자는 “행복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어떤 ‘안경’을 쓰고 삶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핑크색 안경으로 볼 수 있는 행복에 대해 14가지 깨달음도 들려준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