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강원 평창에서 열린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에서 협연을 펼치고 있는 첼리스트 정명화(왼쪽)와 판소리 명창 안숙선. /현대차정몽구재단 제공
지난해 8월 강원 평창에서 열린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에서 협연을 펼치고 있는 첼리스트 정명화(왼쪽)와 판소리 명창 안숙선. /현대차정몽구재단 제공
장르로 볼 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첼리스트 정명화(74)와 판소리 명창 안숙선(69)이 다시 뭉쳤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두 사람은 다음달 17일 강원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에서 열리는 ‘제4회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 개막 공연에서 함께 ‘평창 흥보가’를 선보인다. 지난해 이들이 초연한 ‘판소리, 첼로, 피아노와 소리북을 위한 세 개의 사랑가’에 이어 현대차정몽구재단이 두 번째로 제작 지원한 작품이다. 작곡가인 임준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판소리 흥보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곡을 썼다. 판소리 고수의 경쾌한 북 장단과 함께 낮고 묵직한 첼로 연주가 뒤를 받친다. 그 앞에서 명창 안숙선이 경쾌한 정감을 담은 판소리를 구성지게 부른다.

◆클래식·국악마을 거장의 만남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주관하는 문화예술 사회공헌 활동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오는 8월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이어진다.

2007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정몽구재단은 2015년부터 계촌 클래식마을, 전북 남원시 운봉읍의 동편제국악마을 등 예술마을을 선정해 예술축제, 예술교육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2015년부터 정명화는 클래식마을, 안숙선은 동편제국악마을의 예술거장을 맡아 3년째 협연해오고 있다.
정명화·안숙선 멋진 하모니… 평창 산골이 들썩인다
◆강원도 별빛 속 음악의 향연

이번 축제 기간 내내 내로라하는 국내 음악가들이 작은 산골마을에 모인다. 개막 공연은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소프라노 서선영이 장식한다. 또 국내 실내악단 중 처음으로 모차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현악 4중주그룹 노부스 콰르텟이 처음으로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에 참여한다.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는 등 방송인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10월 ‘Esperance’라는 앨범을 내면서 피아노 작곡가 및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인 다니엘 린데만도 올해 축제를 빛낸다. 포르투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5위를 차지한 감성파 피아니스트 김태형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계촌마을 무대에서 감성적인 피아노 선율을 들려준다.

조이오브스트링스, 스트링 아츠 콰르텟, 아파쇼나타 윈드오케스트라, 온드림 앙상블 등 국내 최정상급 앙상블 연주단체도 참여해 3일 동안 가지각색의 클래식 곡을 들려준다. 정몽구재단 관계자는 “일상 속에서 클래식과 국악을 향유하도록 하고 지역문화 진흥에도 기여하기 위해 이어가고 있는 여름밤 축제”라며 “평창 계촌마을의 자연과 더불어 클래식 음악을 마음껏 즐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술마을로 격상된 ‘계촌마을’

강원도 산골 속 깡촌이던 계촌마을은 정몽구재단의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4년 동안 크게 변모했다. 마을 주민이 모여 ‘계촌클래식축제위원회’를 조직해 예술마을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계촌초&계촌중 연합 별빛 오케스트라다. 계촌초 별빛 오케스트라와 이들의 선배들이 이어가는 계촌중 별빛 오케스트라 모두 전교생이 단원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정몽구재단의 후원으로 매주 한 번 음악 지도를 받고 2박3일간의 하계·동계 오케스트라 캠프로 기량을 연마하고 있다.

축제와 예술교육이 시작된 2015년부터 외부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2015년에는 행정자치부의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가로등, 스피커, 음악부스가 설치됐다. 평창군도 2017년 야외공연이 가능한 ‘계촌클래식공원’을 조성했다. 재단 역시 지난 5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계촌마을 프로젝트를 연장하는 2차 업무협약을 맺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