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레드불은 왜 자신들을 미디어 회사라 했나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음식배달 서비스를 하는 배달의민족은 최근 식재료 잡지인 ‘매거진F’를 창간했다. 음식배달 서비스 회사가 왜 이런 매체를 만들었을까. 뻔한 음식 이야기나 셰프들의 얘기보다는 소금이나 치즈와 같은 원재료를 깊이 파고드는 본질적인 이야기로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이유에서다. 배달의민족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 사이트인 아마존은 ‘워싱턴포스트’를, 경쟁사인 중국의 알리바바는 홍콩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각각 인수했다. 여론 지배력도 있지만 이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창출 능력 때문이다.

각 회사들이 완전한 미디어 회사가 돼 자신들의 콘텐츠로 수익을 내고 있다. 음료회사 레드불은 더 이상 ‘에너지 음료회사’가 아니라 ‘에너지음료를 파는 미디어 회사’라고 공표할 정도로 인식을 바꾼 덕에 콘텐츠 중심 회사로 회생했다.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이 ‘베이비센터닷컴’이라는 육아정보 사이트를 하나의 독립 부서로 운영하는 것도 이를 통해 엄마들이 무엇을 검색하는지, 또 어떻게 행동할지 관찰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다. 이들 기업의 변화는 전통적인 4대 매체인 TV, 라디오, 잡지, 신문이 전달하지 못한 소소하고 작은 정보들을 모바일과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이 전달하면서 비롯됐다.

2001년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마케팅전문가 조 풀리지와 글로벌 회사에 전략적 마케팅 자문을 해온 로버트 로즈는 《킬링마케팅》이란 책을 통해 그동안 예산을 축내는 조직으로 인식됐던 마케팅 조직이 자사미디어를 활용해 많은 수익을 내며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조언해준다.

책은 콘텐츠를 핵심에 두고 이에 따른 가치와 충성 고객을 창출하라고 강조한다. 기업들이 제품뿐만 아니라 스스로 미디어 회사가 되는 것도 충성 독자들과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상호신뢰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5년 이내에 자신들의 콘텐츠 중 절반 이상을 오리지널 콘텐츠로 채우겠다고 한 것 역시 ‘나만의 콘텐츠’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