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김다운 것'이란 곧 '열심히 사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중가요사의 산증인 패티김의 55년 음악인생이 담긴 자서전이 나왔다. 절친한 후배인 조영남이 그와의 문답 형식을 빌려 펴냈다.

올 2월15일 은퇴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음악인생을 마무리한 그녀는 1960~70년대 최고의 스타자리에 올랐다. '서울의 찬가' '이별' '초우'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등의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그녀는 1958년 20세의 나이에 오산 미8군 무대에서 팝송 '틸' '파드레'를 부르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그녀가 남긴 것은 히트곡뿐만이 아니다. 가수 패티김은 국내 대표 가수답게 유독 ‘최초’란 수식어가 많이 따라다녔다.

해방 후 첫 일본 진출, 솔로 최초 미국 진출, 한국인 최초 미국 뉴욕 카네기 콘서트홀 공연, 대중가수론 최초 세종문화회관 공연 등... 그녀는 가요계의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 국내 가요계에서 '리사이틀' 이름으로 공연을 한 것도 패티김이 최초다.

지난 2010년 '열정' 전국 투어 콘서트 때는 높이 15m 천장에서 와이어 액션을 사용한 특수효과 연출을 보여줬다. 70세가 넘는 나이에도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위한 도전은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발간된 책에는 ‘가수 패티김’에 가려졌던 ‘인간 김혜자’의 모습이 담겨있다. 조영남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넉 달 동안 그녀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인간 김혜자의 모습을 담아냈다.

저자는 패티김이 중학생 때 우연히 몇 소절 뽑은 국악 가락을 범상치 않게 들은 학교 선생이 그를 국립국악원에 데려가면서 무료로 음악을 배우게된 사연을 소개했다.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천상 가수'라고 그녀를 평가했다. 패티김은 저자와의 대화에서 그 시절 연습한 발성이 평생 노래의 기초가 됐다고 고백했다.

가수 패티김이 꼽은 음악인생 최고의 무대는 무엇일까. 그는 공연장, 오케스트라, 목소리 상태의 삼위일체가 완벽하게 이뤄졌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연을 꼽았다.

신간에는 어느 무대에서나 완벽을 기하며 스스로에게 칼같이 엄격한 그녀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그녀는 노래 몇 시간 전부터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고, 무대 의상을 입고나면 의자에도 않지 않는다. 옷자락의 주름조차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책에서 이혼과 사업 실패 등 인생의 파고 앞에도 무릎 꿇지 않을 수 있던 건 노래를 향한 불같은 열정때문이라고 털어놨다.

패티김은 다음달 26일을 시작으로 은퇴 기념 국내 및 글로벌 투어 콘서트를 연다. 안동에 이어 서울(6월 2일), 부산(6월 9~10일) 등 1년 동안 전 세계 무대를 돌며 팬들과 만나 공식 작별인사를 할 예정이다.

(조영남 지음, 돌베개, 456쪽, 1만9500원)

한경닷컴 김소정 인턴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