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연극의 메카'였던 서울 남산드라마센터가 남산예술센터로 문패를 갈아 달고 '뉴웨이브의 전도사'로 변신한다.

480석 규모인 남산예술센터는 객석이 반원형으로 무대를 감싸고 프로시니엄(액자) 무대와 돌출형 무대가 결합된 독특한 구조를 갖춰 연극,무용,뮤지컬,복합 장르 등 참신한 무대 실험이 가능한 극장으로 거듭났다. 이런 공연장의 특성을 살려 젊은 예술가들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작품을 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창작 초연 중심의 현대연극을 제작하고 시즌마다 극작가와 연출가를 선임해 창작을 지원하는 상주예술가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안호상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전통연극 중심의 명동예술극장과 함께 연극제작 전문 중극장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며 "더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남산예술센터는 매년 특정 주제를 정해 시즌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첫 시즌인 올 하반기엔 '상실과 구원'을 테마로 주목받는 40대 연출가의 신작 연극과 복합공연이 마련됐다. 이병훈 남산예술센터 예술감독은 "한국 사회의 풍경을 통해 길은 잃었지만 희망을 찾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올 시즌의 공연주제를 설명했다.

20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개막작 '오늘,손님 오신다'는 최용훈,고선웅,구태환이 연출을 맡고 최치언,고연옥,장석희가 극본을 쓴 공동창작 작품.주상복합건물 패스트푸트점,쓰레기 분리수거장을 둘러싼 도시인들의 단절된 삶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준다.

26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공연되는 '바다거북의 꿈'은 고립된 공간인 섬에서 허물어져가는 가족과 이들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가의 신작.이어지는 '페스티벌 場'은 극단 몸꼴,4관객 프로덕션,김유진 무용단,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등이 참여하는 복합공연이다. 다음 달 7일부터 16일까지 펼쳐지는 이 공연은 배우의 신체,발성,음악,영상이미지 등을 이용한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 한마당이다.

'길삼봉뎐'(10월27~31일)은 1589년 천재 선비 1000여명이 처형된 기축옥사를 전통 연희와 현대적인 무대 형식으로 꾸몄고,'정말 별 일 없었는지'(11월24~29일)는 인기가수 장기하와 얼굴들이 1집 활동을 마무리하는 드라마콘서트다. 이번 시즌 마지막을 장식하는 '운형궁 오라버니'(12월4~13일)는 대한제국 비운의 황족 이우의 실화를 바탕으로 조선시대 마지막 황실을 들여다본다.

한편 남산드라마센터는 1962년 동랑 유치진 선생의 주도 아래 미국 록펠러재단의 지원금과 정부자금으로 건립돼 공연 시설이 부족했던 1970~80년대 한국 연극의 산실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과거의 명성을 잃고 주로 서울예대 수업 공간, 졸업 발표회장 등으로 이용되다가 이번에 리모델링을 거쳐 남산예술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02)758-2150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