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우수 도서 중 《필립 코틀러 카오틱스》는 격동기의 기업 경영전략을 발빠르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현대 마케팅의 1인자인 필립 코틀러는 "격동의 시대에는 새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고 조직의 약점을 보완함으로써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을 이어가는 탄력적 위기대응 기법을 적용하라"고 권한다. 그 핵심이 곧 '카오틱스(Chaotics) 경영 시스템'이다.

전통적인 이론은 격동의 시대를 일시적 혼란기나 스쳐 지나갈 찰나로 간주하지만,카오틱스는 격동의 시대를 정상 상태로 인정하고 이를 '새로운 보편성의 시대'로 규정한다. 그리고 밀려오는 격동을 조기에 감지함으로써 다른 기업들이 생존에 급급할 때에도 오히려 기업의 성장과 수익을 키울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제공한다.

불황기에는 대다수의 기업들이 반사적인 반응으로 마케팅비용을 줄이고 신제품개발 투자를 철회하는 등 '지방 대신 근육을 줄이는' 어리석은 다이어트에 나선다. 코틀러는 이처럼 단순하고 근시안적인 방식이 라이벌에게 기회를 줄 뿐이라면서 '카오틱스 시스템'으로 기업경영을 리셋하라고 조언한다.

카오틱스 시스템은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 단계는 정교한 기상레이더처럼 시장을 둘러싼 위험요소를 탐지하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여기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키 시나리오(key scenarios)를 구성하는 것이 두 번째 단계다. 마지막 단계는 각 시나리오에 가장 부합하는 전략적 대응을 실천하는 것이다.

기업은 이 같은 카오틱스 시스템을 통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집중할 뿐 아니라 조직의 취약성을 줄여나갈 수 있다. 격동의 시대에는 '좋은 일,나쁜 일,이상한 일'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임박한 위험과 새로운 기회를 빨리 포착해 대응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입체적으로 일깨워준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