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찾으셨나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가 활짝 피어날 수 있는 자리…
'카이로의 넝마주이'로 유명했던 엠마뉘엘 수녀의 고백적 자서전과 '그림 읽어주는 수녀'로 잘 알려진 웬디 수녀(79)의 기도 에세이가 나란히 번역돼 나왔다.

아듀 엠마뉘엘 수녀는 지난해 10월 만 100세 생일을 한 달 앞두고 타계한 '빈민들의 어머니'였다. 웬디 베케트 수녀는 수십편의 미술 관련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고 수십권의 미술 해설서를 낸 세계적 유명인사지만 자신이 지닌 영성을 세상과 나누기 위해 경계를 넘나들 뿐 인기와 명예에는 초연한 수도자다.

부활절을 앞두고 나온 이들의 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론은 하나다. 남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

엠마뉘엘 수녀는 사후에 출간하기로 출판사 측과 약속하고 83세부터 자서전 《아듀》를 쓰기 시작해 98세이던 2006년 작업을 끝냈다. '어느 수녀의 고백'이라고 스스로 제목을 정한 이 책에서 그는 100년의 삶을 알몸 그대로 드러낸다. 여섯 살 때 해변에서 아버지의 익사를 목격한 일,소녀시절의 자위 행위와 그로 인한 죄책감,늙은 육신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자극들,구속에서 벗어나고자 수도원에 들어간 일을 거리낌없이 털어놓았다.

스무 살 때 수녀가 된 그는 이집트 터키 튀니지 등에서 아이들에게 프랑스어와 철학을 가르치는 수녀교사로 오래 일하다 은퇴를 바라볼 나이인 예순 셋에 이집트 카이로의 빈민촌으로 들어갔다. 그곳 넝마주이들의 비참한 삶을 보고 '가장 미천한 자들과 함께 살라는 부르심'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전염병 탓에 1주일에 서너 명씩 영아들이 죽고 1프랑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는 비참한 삶을 본 그는 궐기했다. "세상에는 돈이 넘치지 않는가. 부유한 나라로 가서 부르짖고 외치고 소리 지르자"며 이들을 돕기 위한 기금 조성에 나섰다. 이후 22년간 그는 빈민촌에 학교와 집,보건소를 세우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모든 걸 바쳤다.

스스로 '펄펄 끓는 강물'이라고 했듯이 그는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행동파 여성이었다. 그는 "한 운명이 성공하게 되는 비결은 자신의 진정한 사명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우리 안에 있는 가장 좋은 것(지성,의지,마음)이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활짝 피어날 수 있는 자리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75년간의 수녀 생활을 통해 원래 꿈이었던 성녀가 되지는 못했지만 절정의 삶을 누렸다고 그는 고백한다. "가난한 자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사는 것,그것이 내 삶의 절정이었고,그 위에는 더 올라갈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

엠마뉘엘 수녀는 책의 마지막에서 "당신을 위해 나의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이렇게 고백하고 싶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금은 가장 위대한 사랑의 계절이라고"라고 당부했다.

[책마을] 찾으셨나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가 활짝 피어날 수 있는 자리…
《하루하루가 기도입니다》는 영국 BBC의 미술 다큐멘터리 해설자이며 미술평론가로 유명한 웬디 수녀가 수도자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미술이 아니라 기도에 관해 쓴 첫 책이다.

웬디 수녀는 세계적인 유명인사지만 숲속의 허름한 이동식 주택에 혼자 살면서 철저한 금욕의 삶을 계속해온 수도자다. 기도하는 삶에 전념하기 위해 자신만의 수도복을 직접 디자인해 그 옷만 평생 입고,머리카락도 모두 삭발한 채 지낸다.

웬디 수녀는 이 책에서 기도에 대한 신학적 이론이나 신비스런 영적 체험을 고백하지 않으면서도 기도의 모든 것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들려준다. 그는 "기도에는 특별한 비법이나 기술,기교,요령이 필요 없다"며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한 것이 기도"라고 강조한다. 기도는 오직 신과 믿는 이 사이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그래서 그는 숨가쁜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도 접이식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자신만의 은둔처와 침묵의 시간을 만든다.

'자신의 흉허물을 고스란히 드러내라,고난 해결보다 고난을 이길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하라,기도할 땐 자신을 버리라,자신에 집착하거나 삶에서 고립되지 말고 삶의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면서 기도하는 삶을 병행하라'는 조언도 들려준다.

아울러 "평화는 괴로움을 차단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데서 오는 것"이라며 "가장 최악의 일도 받아들이고 그보다 더 최악의 일도 일어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희망"이라고 역설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