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의 필선을 입체적인 조형언어로 승화시킨 이색 조각 전시회가 마련됐다. 조각가 이재옥씨(46)가 서울 청담동 쥴리아나갤러리에서 이달 31일까지 펼치는 '문자예술의 신비'전이다. 이씨는 한자의 필기체인 '초서'의 리듬감과 문자적 특징을 바탕으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형상화해온 작가. 이번 전시에서는 한자의 필선에서 느껴지는 속도감,경쾌함,멈춤 등의 움직임을 인생의 기쁨과 애환으로 새겨낸 근작 30여점을선보인다. 문자의 오묘한 미학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기회다.

이씨의 작업은 기존의 3차원 공간 이미지를 2차원 형태로 단순화시킨 것과는 반대로 평면 글자의 궤적을 일으켜 세워 입체 작품으로 되살렸다. 특히 문자 자체의 예술성에다 인간의 감정까지 녹여내 삶의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한다.

그의 작품 '락(樂)'은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형성되는 선묘의 시각적 감동,상하로 요동치는 동선의 흐름을 잡아내 인생의 즐거움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여기에 노란 색감을 입혀 봄 들녘에 활짝 핀 민들레꽃처럼 행복감을 극대화시켰다.

또 '안양(安養 · 사진)'은 경기도 안양의 도시 이미지를 춤추는 여인으로 형상화했다. 평화롭고 활기찬 발레리나의 모습에서 역동적인 미감이 느껴진다.

작가는 "내 작업은 문자를 통해 물결치는 파도 모습을 형상화하고,파도의 역동적 이미지에 삶의 운치을 오버랩시키는 과정"이라며 "영혼의 분출 같은 신비한 생명력과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02)514-426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