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관리에 시나리오를 도입하라!'어려울 땐 순발력이 생명이다. 경제 환경이 자고나면 달라지고,환율과 주가도 날마다 출렁인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보다 '시나리오'.불완전한 예측만 믿고 움직였다가는 낭패 보기 쉽다. 미래에 닥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거기에 맞는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시나리오 경영'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치자 SK그룹과 삼성전자,LG그룹 등 국내 기업들도 '시나리오 경영'을 도입했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실행 매뉴얼도 부족하다. '시나리오 경영'에 관한 시나리오 전략 자체가 미비한 상태.한국적 현실에 맞는 지침도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전문가의 《시나리오 플래닝》은 매우 반갑고 유용하다. 저자는 시나리오 플래닝과 경영전략 전문가인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그는 기아자동차와 LG CNS,아더앤더슨,왓슨와이어트 등의 컨설팅 경험과 SK텔레콤,삼성전기,LG전자,KT 등의 프로젝트 노하우를 토대로 우리에게 맞는 전략을 하나씩 알려준다.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 준비하고 수행해야 할 매뉴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말한다. 논리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통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을 여러 가지 시나리오로 풀어놓고 각각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 다음 특정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됐을 때 이를 실행하는 전략경영기법.1980년대 IBM은 PC설계 분야의 최강자였지만 잘못된 예측으로 PC시장에서 철수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뼈아픈 고통을 당해야 했다. 반면에 1973년 석유 파동 이전까지 중위권에 머물던 로열더치셸은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설립 이후 석유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이에 대응함으로써 단숨에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이 아니라 시나리오라는 렌즈로 비췄고 최적의 전략을 선택한 덕분이었다.

저자는 이 같은 성공에 필요한 전략을 8단계로 제시한다. 핵심 이슈를 선정할 땐 주제가 명확해야 하고 최소 5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 다음은 '의사결정요소 도출'.'LCD 패널 생산 라인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가'의 경우 LCD 애플리케이션시장의 크기와 성장률,원부자재 가격 추이,대체 디스플레이의 잠재력,경쟁사의 신규 라인 증설 여부 등 외부환경 요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리고는 미래가 어떤 동력에 의해 변화되고 그 속에 어떤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는지 파악하는 '변화동인 규명'을 거쳐 '시나리오 도출'로 넘어간다. 이 단계에서 적절한 시나리오 수는 4개.이후엔 제목만 들어도 짐작할 수 있는 '호소력 있고 선명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각각에 맞는 전략대안을 세운다. 마지막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시나리오팀의 인원은 7명 내외가 가장 좋고,대형 프로젝트라 해도 10명을 넘지 않도록 하라는 등의 조언도 담겨있다.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모든 기업과 조직에 길잡이 역할을 해줄 만한 책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