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공부해라'고 강요하는 아버지보다 인생의 여유를 찾으라고 조언해주는 아버지를 바라는 요구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겠죠.간단하고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도 한몫 한 것 같고요."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현대카드의 CM송(W송)이 큰 인기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웃으면서 사는 인생,자 시작이다'로 시작하는 30초 분량의 이 CM송은 흥겨운 폴카리듬 속에 힘든 세상살이 즐기며 살라고 주문한다.


다소 파격적인 가사의 이 곡은 지난 7월 첫 광고가 나간 후 인터넷 미니홈피,블로그에서 급속히 확산되며 휴대전화 벨소리와 컬러링 순위에서도 줄곧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CM송을 부른 가수 방대식씨(39)조차 이 정도로 인기가 있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제 또래만 해도 아버지하면 엄격하고 약간은 무서운 이미지가 많잖아요.


그런데 최근 젊은 세대들은 '절제하고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아버지보다 친구처럼 '인생을 즐겨라'고 말해줄 수 있는,새로운 아버지상을 바라고 있는 것 같아요."


대중에겐 얼굴이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방씨는 광고음악이나 영화음악,보컬세션 등 업계에선 알아주는 '숨은 재주꾼'이다.


지금까지 그가 부른 CM송만 2000곡이 넘는다.


최근 인기있는 하이마트 CF도 그가 불렀다.


전인권 임재범 GOD 핑클 등 인기가수들의 음반녹업 때 보컬세션으로 참가하기도 했으며 대통령선거 때는 각 후보진영의 선거로고송을 전담하기도 했다.


"보통 저같은 사람을 '얼굴 없는 가수'라고 하지만 제가 부른 CM송으로 회사매출이 늘거나 제품이미지가 좋아질 때 저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W송을 부른 뒤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게서 전화가 오는데 특히 반갑죠."


서울예대 방송연예과를 나온 방씨는 대학시절 '예음회'라는 음악서클에서 주로 노래를 불렀다.


김건모 조갑경 등이 당시 함께 어울렸던 서클 동기들이다.


노래를 좋아해 지금의 부인도 노래를 통해 만났다.


부인 정미영씨는 현재 EBS의 어린이 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에서 젤리언니역을 맡고 있다.


방씨는 90년대 중반 음반을 발표하며 정식 가수로 데뷔했지만 당시엔 빛을 보지 못했다.


'W송'인 인기를 모으면서 음반사 2군데서 녹음제의를 받았다는 방씨는 "이번에는 사장되는 음반이 아닌 사람들에게 간직되는 음반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편안하고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노래를 선보이겠습니다"라며 웃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