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줄리엣 루이스를 꿈꾼다"


"추위가 아니라 진심을 담아 내는 게 힘들었어요."


외모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면 막 두 번째 영화를 세상에 내놓는 한여름(22)에게는 여자 김기덕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린다.


솔직하고 가식이 없다는 데서 우선 그렇다.


크리스티나 리치의 독특함이 좋고 줄리엣 루이스의 색다름이 마음에 든다는 이 당찬 스물 둘은 다니던 대학교도 별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이유로 휴학 중이다.


연기의 어려움? 그런 것도 없단다.


"미숙할지도 모르지만 최선을 다할 뿐, 판단은 연출자가 하면 된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사마리아'에 이어 '활'까지 자신의 필모그래피 두 편을 모두 김기덕 감독의 작품으로 채우고 있는 한여름은 "감정에 진실한 게 좋다. 뭐든 진짜를 좋아하며 가식적인 것은 어떤 것도 싫어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가 12일부터 관객들을 만날 '활'은 김기덕 감독의 12번째 작품이며 '사마리아'의 자살하는 여고생역, '장길산'의 의적단 막내역 이후 한여름이 세 번째로 도전하는 연기다.


'활'은 지도에도 없는 한 섬과 섬 앞에 떠 있는 배를 배경으로 노인과 소녀의 사랑을 담고 있다.


'활'은 노인이 소녀를 뭍의 사내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도구.


노인과 소녀 사이에 한 대학생 청년이 나타난다.


한여름은 배 안에서만 자라난 주인공 소녀역을 맡았다.


영화는 다음달 11일 개막하는 칸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 섹션에 개막작으로 상영된다.


'활'은 가장 추웠던 1월에 촬영됐다.


촬영지는 서해에 떠 있는 배.


"추위가 힘들었겠다"는 말에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의젓한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히 추웠죠. 하지만 그렇다고 추워서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이보다는 진심으로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가 진심을 담아 표현하려했던 '소녀'의 캐릭터는 "카리스마가 있고 개성이 묻어있는 인물"이다.


'사마리아'에서는 잘 웃는 게 닮았다면 '활'에서는 '혼자 있는 것'이 스스로와 비슷하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바다 위 배에서 혼자 자란 소녀의 고요함이 시끄러운 데를 싫어하며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자신과 닮았다는 얘기다.


"칸영화제에서 외신 기자들 앞에 설 것이 두렵기보다는 기대가 된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냐고 묻자 다시 흔치 않은 대답이 웃음과 함께 돌아왔다.


"진짜 해보고 싶은 연기요? 미하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에 나오는 여주인공 이자벨 위페르 같은 연기요. 독특하고 파격적인 게 좋아요. 여배우라고 못하는 연기라는 게 어디 있나요?"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