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이너보다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이제 막 스무 살을 넘긴 여자애가 '애정의 조건'이라는 인기 드라마의 문을 빼꼼이 열고 들어왔다. 방 안에는 채시라, 한가인, 이종원, 송일국 등 브라운관 스타들이 넘쳐나 아무도 이 뉴 페이스를 주목하지 않는다. 그래도 뭐 상관없다는 21살의 아가씨가 있다. 배우 정유미다. "이제 겨우 방송 4회 출연했어요. '애정의 조건'이 지난주까지 54회 방송됐는데전 50회부터 윤택(지성)의 친구 범수(이원재)를 죽자사자 쫓아다니는 '맹한지' 역할로 드라마 신고식 했습니다.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띄우는 감초 역할입니다." 정유미가 연기하는 '맹한지'는 다소 엉뚱한 인물. 중학교 때 과외교사였던 범수가 공부시키려고 "대학가면 결혼해 주겠다"는 각서를 써줬는데 그걸 곧이곧대로 믿고 범수와 결혼하겠다는 일념으로 대학에 들어간 학생이다. 정유미는 극중 '맹한지'가 자신과는 좀 다르지만 다소 맹하고 맹목적이고 순진한 구석이 많은 맘에 든단다. 신인이니까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다짜고짜 "엔터테이너보다는 연기자요"라고 말하는 정유미. 꿈이 엔터테이너가 아닌 연기자라고 말하면 신인 주제에 연기 얼마나 잘 한다고 그렇게 말하느냐며 기사에 네티즌들의 댓글이 무지막지하게 달리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계속 "그럴까요? 그럴까요?"하며 걱정이 태산이다. 잔걱정도 많고 예민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는 이 신인 연기자는 네티즌의 반응이 제일 무섭단다. "그래도 결정한 대로 해야죠. 반짝 스타가 된다거나 일확천금을 버는 거에는 큰관심 없어요. 이 마음 변치 않아 결혼한 뒤에도 계속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소속사 사장님과도 연기에만 전념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예오락 프로그램 출연은 생각하지 않고 있단다.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정유미에게 진정한 연기자는 뭘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연기자라고 생각해요. 영화나 드라마를볼때 그 인물의 상황을 관객이나 시청자가 그대로 믿어 준다면 그 연기자가 진정한연기자 아닐까요?" 화장품, 휴대폰, 항공사 광고 등에 출연했을 만큼 예쁘장하고 얼굴에 어린 티가역력한 신인치고는 연기에 대한 생각이 사뭇 진지했다. 그는 탤런트 김희애를 가장 닮고 싶은 배우로 꼽으며 "김희애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드라마 촬영에서 어떻게 감정몰입을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 놀라웠다"며 "선배님의 연기력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문근영· 박건형 주연의 영화 '댄서의 순정'에서 춤에 죽고 춤에 사는 순수한 춤꾼 '오미수'로 출연 예정인 김유미는 당분간 영화활동에만 주력할 생각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