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집 '나무'(열린책들)가 늦여름 출판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6월말 출간된 '나무'는 서점에 깔린 지 두달여만에 30여만부가 팔려나갔다. 여름휴가철이 겹치는 시기에 이 정도의 판매부수를 올린 작품은 '나무'가 유일하다. '나무'는 한국출판인회의가 교보문고 영풍문고 알라딘 등 전국의 온·오프라인 서점 12곳의 도서판매 부수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선정하는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지난달 초 1위로 올라선 이후 7주 연속 정상을 지키고 있다. 출판사측은 올 연말까지 적어도 70만∼80만부는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르베르의 작품 중엔 지난해 나온 '뇌'의 판매부수가 1백만부를 넘었고 '개미'(1993년)는 1백20여만부,'타나토노트'(94년)는 15만부 정도가 국내에서 팔렸다. 이에 따라 출판사측에서 베르베르에게 지금까지 지급한 누적 인세만도 1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인기에 대해 열린책들 김영준 편집장은 "베르베르의 글은 재미와 교양을 함께 주는 데다 중간중간 삽화도 실려 있어 독자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며 "책의 기둥을 이루는 발상의 전환이 한국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나무'에는 애완 인간을 기르는 외계인이 지구에 사는 야생 인간의 습성을 관찰한다는 내용의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스스로의 피부를 투명하게 만든 과학자의 이야기인 '투명 피부' 등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단편 18편이 실려 있다. 베르베르의 책은 작가의 고국인 프랑스를 포함,세계 어느 나라에서보다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개미'는 프랑스에서 출간 당시엔 약 20여만부밖에 팔리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다시 프랑스에서 판매부수가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베르베르는 이에 대해 "한국 사람들은 좌뇌와 우뇌,즉 과학과 문학의 결합을 유럽인보다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열린책들의 홍지웅 사장은 "끔찍한 살인사건 같은 것은 철저히 배제하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독창성 있는 문체로 펼쳐내는 데 베르베르의 인기 비결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열린책들은 내년쯤 베르베르의 후속작인 판타지 소설 '신들의 제국'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