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502만), 「광복절특사」(302만), 「색즉시공」(235만), 「몽정기」(243만). 2002년 후반기 개봉한 영화 중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사랑을 받은 한국 영화는 「폰」을 제외하면 모두 코미디 영화다. 코미디 영화에 관객들의 발길이 몰리는 것은 영화의 주 관객층이 20대에서 10대 후반으로 내려갔기 때문. 무거운 '작품'보다는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오락꺼리'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여기에 거대예산의 블록버스터 급 영화 몇 편이 흥행에서 참패하자 제작자들도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의 코미디영화에 노력을 쏟고 있다. 지난 임오년에 이어 계미년에도 코미디 영화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제작 중인 코미디는 20여 편은 족히 될 듯하다. 오는 3월 개봉 예정인「대한민국 헌법 제1조」(제작 한맥영화사)는 국회의원에 출마한 윤락녀가 금배지를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영화 「생활의 발견」과 TV시트콤 「여고시절」 등에서 '엉뚱한' 웃음을 보여준 예지원과 30여 년만에 영화계에 복귀한 남진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시원스러운 웃음을 보여줄 계획이다. 1월말께 관객들을 찾을 「지구를 지켜라」(제작 싸이더스)는 세상의 모든 악과 슬픔을 외계인의 지구파괴 음모에 의한 것으로 믿는 한 청년의 이야기라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 눈에 띈다. 「묻지마 패밀리」와 「복수는 나의 것」, 「킬러들의 수다」 등에서 '독특한 녀석'들의 개성있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는 신하균이 또다시 특이한 캐릭터로 변신한다. 단편영화 「2001이매진」으로 이름을 알린 장준환 감독은 '기막힌 상상력에 의한 기분 좋은 웃음'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광복절 특사」로 이미 300만 이상을 웃겼던 차승원의 신작은 「선생 김봉두」(제작 좋은영화). 오지 마을에 부임한 '나쁜 선생'의 좋은 선생되기를 기둥줄거리로 하는 「선생 김봉두」가 주고자 하는 재미는 따뜻함과 함께하는 기분좋은 웃음. 2월 초에 관객들을 만난다. 류승완ㆍ류승범 형제가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이후 다시 뭉쳐 화제가 된 「마루치 아라치」(제작 좋은영화)는 제목부터 '류승완스럽다'. 기발한 발상으로 주목받은 류승완 감독과 TV드라마 「고독」, 영화 「품행제로」 등에서 한껏 물오른 연기를 보여준 류승범이 호흡을 맞춰 제작에 들어가기전부터 영화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평범한 경찰이 최고 도인의 경지인 마루치가 되기까지의 수련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여자 주인공 아라치역을 캐스팅한 다음 1월 중 크랭크인할 예정. 김하늘, 권상우 주연의 「동갑내기 과외하기」(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는 2년 '꿇은' 고등학생과 동갑내기 과외선생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그리는 로맨틱 코미디물. TV드라마 「로망스」의 김하늘이 스쿠터를 몰고 다니는 말괄량이 대학생으로, 「일단 뛰어」의 잘생긴 배우 권상우가 '조폭형 고등학생'으로 변신,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2월초 개봉. 「오!해피데이」(제작 황기성 사단)는 장나라의 영화 데뷔작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못 나가는' 여자 성우 희지가 꿈에 그리던 이상형의 남자를 만나 사랑을 얻으려고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다. 장나라는 '귀여운 스토커'로 변신해 좋아하는 남자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 '작업'을 펼치는 모습을 통해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것과 비슷한 종류의 웃음을 보여줄 전망이다. 이밖에도 「황산벌」(씨네월드), 「별이 빛나는 밤에」(제작 휴먼픽쳐스), 「역전의 명수」(제작 제작 웰메이드필름/에이원시네마), 「보리울의 여름」(제작 MP픽쳐스), 「미녀는 괴로워」(제네시스픽처스), 「쇼쇼쇼」(제작 도레미 픽쳐스) 등의 코미디 영화들이 관객들을 '웃길' 준비를 하고 있다. 코미디 영화 중에는 시종일관 배꼽을 잡아야 하는 '웃음의 도가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좀처럼 웃음이 터지지 않는 '씁쓸한 코미디'도 있다. 관객들의 '사랑'을 얻은 영화는 대박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영화는 흥행 참패의 아픔을 가슴으로 쓸어내려야 하는 법. 「황산벌」의 제작사인 씨네월드의 이준익대표는 "'타율'이 높은 코미디 영화의 제작붐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면서 "코미디 영화가 관객들에게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배우의 스타성에 의존해 가벼운 웃음만을 주기보다는 좋은 기획과 시나리오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