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여성의 발견'이라고 한다. 비너스같은 수동적이고 정형화된 대상이 아니라 개성과 자아를 가진 주체적 존재로서의 여성이다. 그만큼 여성성과 여성의 힘이 강조된다. 하지만 여성이 이같은 '대접'을 받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화가는 왜 여자를 그리는가'(정은미 지음,한길아트,2만2천원)는 미술사에 등장한 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당대와의 대화를 모색한다. 작품속 여성의 이미지가 한 인간의 삶과 시대적 배경,미의식의 역사적 변화까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름다움의 전형으로 손꼽히는 비너스의 경우 밀로의 비너스에는 수학적 조화가 내포돼있다. 훤칠한 키와 건장한 모습,다부진 얼굴표정에는 여신의 당당함이 깃들어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의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는 비너스의 관능과 마리아의 성스러움이 혼합된 모습이다. 또 이보다 더 후대인 벨라스케스의 '화장하는 비너스'는 돌아누워 거울을 보는 고혹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이처럼 미술 속 여성의 이미지는 변화를 거듭해왔다. 디지털 시대로 불리는 오늘날에는 '카오스의 미인'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했다. 자신만의 개성과 독특한 매력을 지닌 무정형의 미인이자 각자가 파괴하고 창조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자아실현이 가능한 인간형이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미술이 여성을 어떻게 받아들고 표현했으며 여성들은 자신을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를 살피면서 '인간'이라는 보편적인 시각에서 여성을 보고 발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 미술작품의 여성은 '보는 남자'(화가)와 '보여지는 여성'(모델)이라는 상투적 관계가 지배적이었으며 오늘날의 수많은 광고,영화,잡지,TV 등도 이런 관점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