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 바람소리만이 들려온다. 창 밖으로 조용히 흐르는 나룻배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이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도시의 냄새는 아무데도 없다. 그런 곳에서 아침식사를 한다고 상상해 보라.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도회지 사람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곳. 방글라데시 랑가마티에서 당신은 그런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나의 소중한 벵갈(Amar shonar Bangla)'이라고 말한 시인 타고르의 조국 방글라데시. 그의 나라는 또 다른 조용한 아침의 나라다. 브라질 콩고 다음으로 물이 많은 나라 방글라데시. 그 물의 나라가 최근 생태관광지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지난달 말 치타공 한남 국제공항에서 열린 싱가포르 에어라인의 자회사 실크에어의 취항 기념식에서 루퍼 하만 방글라데시 민간항공국 의장은 "신이 주신 천혜의 자원을 생태관광자원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다란타이 호수를 껴안고 있는 랑가마티가 그 생태관광의 첫 단추인듯 싶다. 랑가마티는 방글라데시 최대 국제항구 도시인 치타공에서 북동쪽으로 2시간 반 동안 차를 타고 가면 만날 수 있다. 중국의 유랑시인 후엔티상(Huen Tsang)은 치타공에서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자연을 보면서 최면에 걸린 듯한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다고 했다. 아직도 치타공 외곽에는 여전히 그런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 호수에서 배를 타고 가다 보면 군데군데 섬들이 떠있고 언저리 언저리 마다에는 어촌이 형성돼 있으며 착마(Chakma) 원주민들이 살고 있다. 조그만 시장이 들어선 쇼브호롱(shobholong) 마을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동심을 대하면 세상의 이런 천사들이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야자와 바나나를 싣고 노저어 가는 어부들의 모습에서도 조용한 풍경에 갑자기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착각이 인다. 오래전 관광을 왔다가 눌러살게 됐다는 프랑스인 입스는 "꾸미지 않은 자연에 매료돼 떠날 수가 없었다"며 "루나라는 여자와 방글라데시의 매력에 이끌려 정착했다"고 말했다. 호수에서 유일한 에코리조트인 '페다팅팅'의 하룻밤은 원시림 그대로의 맛을 느낄수 있다. 참고로 페다팅팅은 밥을 많이 먹어 배가 탱탱해졌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입스씨가 설명했다. TV도 없고 전화도 없고 문명의 흔적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그곳의 밤에선 도시의 찌들린 삶을 풀고 쏟아지는 별빛들을 맞으며 생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 공항을 떠날 땐 프랑스인 입스가 자꾸 떠올랐다. 그가 말한 매력이 이런 것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원시 그대로의 원시림을 만나는 것도 인생의 흔치 않은 기회인듯 싶다. 도시생활에 지쳤으면 한번쯤 떠나봐라. 차와 빌딩과 사람들에 치여 삶이 피곤해졌을 땐 페다팅팅에서의 하룻밤을 권하고 싶다.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기엔 모자람이 없는 곳이다. 패다팅팅(방글라데시)=이철민 기자 press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