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걸작으로 알려진 고흐의 "왼손잡이 자화상"은 위조된 것인가?

최근 번역된 "고흐의 증명"(고바야시 히데키 지음,김영주 옮김,바다출판사,9천8백원)은 치밀한 고증과 분석으로 위작임을 입증해보인다.

왜 위작인가?

화가이자 홋가이가쿠엔대 교수인 저자는 고흐가 생전에 자화상을 30점이나 그렸지만 "같은 얼굴은 두번 그리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켰다는데 먼저 주목한다.

이 작품에는 앞서 그린 자화상 세개의 표현법이 수십군데나 모방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그림의 조형성과 움직임,얼굴 구조,머리털,바탕색과 물감 사용법을 세밀하게 관찰해 이같은 사실을 증명했다.

그림 속 팔레트의 모양도 고흐가 사용하던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무슨 이유로 위작을 만들었을까?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다.

이 작품은 1998년 워싱턴 국립미술관에 기증되기까지 1백년 이상 개인 소장품으로 감춰져 있으면서 사진으로만 알려져왔다.

고흐 사후 6개월만에 동생 테오마저 죽자 고흐의 그림과 테오의 사업은 고스란히 테오의 아내 요한나에게 상속됐다.

고흐의 자살에는 테오 가족의 경제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는데,여기에 요한나가 깊숙이 관계돼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것을 애써 숨기고 싶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고흐가 병적인 발작 징후를 오래전부터 보이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녀는 이미지를 "창조"하기로 하고 화가겸 평론가인 이사크손을 끌어들였다.

그녀와 이사크손은 동향 사람이었다.

둘은 상세한 위작 매뉴얼을 만들고 발각될 경우에 대한 방안,작품 발표 절차와 방법,이후의 상황대처법과 비밀유지 등에 관해 협의했다.

그리고 몇년 뒤,이 그림은 고흐가 생레미 정신병원에 있을 때의 작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세상에 나왔다.

소장자는 이사크손이었다.

그는 테오에게 받은 그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수많은 평론가들은 이 작품에서 자살의 근거를 찾아내려고 혈안이 됐다.

그것은 요한나가 원하던 것이었다.

또 하나의 비밀.

위작자는 왜 팔레트 위에 결정적인 단서를 남겨놓았을까?

저자에 따르면 작품속의 고흐가 들고 있는 팔레트에는 하늘색(세룰리안 블루) 물감이 올려져 있다.

그러나 하늘색은 고흐의 작품에서 한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당시로는 구하기도 힘들었고 그가 요청한 물감 목록이나 편지 어디에도 없었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이사크손의 심리에 주목한다.

요한나의 유혹으로 위조에 합의했으나 죄책감에 시달린 그는 사악한 음모에 대한 적개심으로 비밀의 단서인 하늘색 물감을 남겨놓았다는 것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