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는 즐거움은 우물 속의 달빛을 감상하는 것과 닮았다.

우물은 그 깊이로 인해 사색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달은 스스로 몸을 밝혀 깨달음의 빛을 선사한다.

옛 것에서 새로움을 배우는 온고지신의 참뜻이 거기에 있다.

중국 한나라시대 학자 한영이 지은 "한시외전".3백10편의 중국 고사와 "시경"의 주옥같은 구절을 접목시킨 이 책은 "시경"해석의 지표로 평가되는 역저다.

이 책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됐다.

출판사는 예문서원.임동석 건국대교수가 번역했다.

그는 "신서"와 이번 "한시외전" 외에 중국 원전 30여권의 고전을 번역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전체 구성은 10권 3백10장으로 돼있다.

춘추의 역사와 제자백가의 고사를 폭넓게 인용하고 시경 구절을 하나씩 들어 그 뜻을 새기는 형식이다.

고사와 시구가 긴밀하게 엮여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산문과 시가 서로 밀쳐내거나 단순보완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유기적인 어우러짐으로 의미의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자구해석이나 형식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문화적 맥락에서 해석한 점이 더욱 돋보인다.

속된 처세술이 아니라 생의 의미와 통찰력을 담은 지혜의 보고다.

아직 시경을 읽지 않았거나 이미 읽은 사람도 늘 곁에 두고 음미할 만하다.

내용 중에는 참다운 인재의 발굴과 등용,훌륭한 지도자의 리더십,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다룬 것들이 많다.

충신의 등급과 나라의 적을 논한 이야기를 보자.도로 지도자를 덮고 감화시키는 것을 대충이라 하고 덕으로 임금을 보필하는 것을 차충이라 하며 그릇된 것을 간언하고 원망하는 것을 하충이라 한다.

그러나 공도가 의에 이르도록 힘쓰지 않고 구차하게 임금의 마음에 투합하고 동조하여 녹봉만 받아먹는 것을 국적이라 한다.

이를 시경에서는 "신하의 본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니,/임금이 대신 재앙을 받네"라고 노래한다.

순임금은 오현금을 타면서 한가롭게 지냈지만 천하를 잘 다스렸다.

필부라면 집 한채 다스리는데도 부산하겠지만 그는 혼자서 천하의 일을 다 듣고도 남는 시간이 있어 아래를 다스리니 이는 사람을 잘 부리기 때문이다.

무릇 사람을 부릴 수 있는 권한을 쥐고 있으면서도 여러 사람을 잘 제어하지 못하면 지위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시경 "소아.대동"편에는 "남쪽 하늘의 저 키 같은 기성/그러나 그것으로 키질을 할 수는 없네./북쪽 하늘의 저 국자 같은 북두성/그러나 그것으로 떠먹을 수는 없네"라고 적혀 있다.

위대한 지도자에게는 세가지 두려움이 있다고 한다.

존귀한 자리로 인해 자신의 과실을 듣지 못하는 것,뜻을 얻었다고 해서 교만해지는 것,천하의 도를 듣고도 실천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 위에 있을 때의 태도를 시경은 이렇게 노래한다.

"부드럽고 공손하기는/나무에 모여 오른 듯./조심조심 마음 졸이기는/골짜기에 임한 듯./겁을 먹고 조심하기는/얇은 얼음 밟고 가듯." 초 장왕이 신하들과 잔치를 베풀고 있을 때 촛불이 꺼진 틈을 타 왕후의 옷소매를 끄는 자가 있었다.

왕후는 갓끈을 당겨 끊어놓고 임금에게 갓끈 끊어진 자를 찾으라고 일러바쳤다.

그러나 왕은 "모두 갓끈을 끊어라"고 명령하고 불이 켜진 다음에도 계속 술을 마시며 잔치를 끝냈다.

후일 오나라의 공격을 당했을 때 한 사람이 몸을 돌보지 않고 싸워 대승을 이끌었다.

그가 바로 갓끈 사건에서 은덕을 입은 신하였다.

시경은 관대와 용납의 미덕을 "깊고 깊은 연못가에는/갈대가 우거졌네"라고 읊는다.

이밖에 "물이 탁하면 물고기는 물 밖으로 입을 뻐끔대고 숨을 쉬며,법령이 가혹하면 백성은 난을 일으킨다""난초는 울창한 숲 속 깊은 산에 나서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한다고 향기를 뿜지 않는 일은 없다"등 밑줄을 그어놓고 싶은 구절이 가득하다.

고두현 기자 kdh@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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