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위 조명은 사그라들고 축제는 끝났다.

지난 9월1일 개막된 "99서울연극제"가 4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17일 막을
내렸다.

국내외 공식초청작 19편, 자유참가작 13편이 무대에 오른 이 연극제는
대체로 성공작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까지 경선으로 치뤄지면서 "상을 위한 연극제,연극제를 위한 연극제"
라는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던 서울연극제는 올들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연극인들은 경쟁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발산했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자연스런 대화의 장을 갖기도 했다.

이원경 이규형씨 등 원로 배우들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축제
분위기를 북돋아주었다.

이번 서울연극제에서 나타난 또다른 특징은 텍스트보다 퍼포먼스성격의
작품쪽으로 관객의 선호가 기울고 있다는 점.

연일 표가 매진돼 연극제 기간중 화제로 떠오른 "레이디 맥베스"
(한태숙 연출)가 좋은 사례다.

맥베스 부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맥베스라는 내용상의 전환과 이영란의
오브제와 원일의 독특한 음악이 어우러진 무대는 변화하는 관객들의 욕구를
잘 따라잡았다고 볼 수 있다.

퍼포먼스 성격이 강한 "이병복의 옷굿살", 필립장띠극단의 "미궁"에도
관객들이 몰려 이러한 경향을 잘 드러냈다.

연극 평론가 김방옥은 "희곡의 구성력이 다소 떨어져 다소 아쉬웠으나
공식초청작들이 전체적으로 젊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계기로 그동안 우리연극의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온
관객과의 괴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연양식의 재발견이라는 주제에 너무 치우쳐 작품을 제대로 선정
하지 못했던 점은 이번 연극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수준이하의 일부 작품들은 관객들을 실망시켰을 뿐만 아니라 서울연극제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연극제 기간이 너무 길어 시민들의 관심을 흩트러뜨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손진책 예술총감독은 "이번 연극제는 지난 1세기동안 변모해온 우리 연극의
현주소를 냉혹하게 돌아 보는 자리였다"며 "여러가지 미흡한 점도 많았지만
하나의 축제양식으로 자리잡았다는게 큰 수확이었다"고 말했다.

"연극이란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로 열릴 새천년의 연극제는
철저한 사전준비로 시민속의 페스티벌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 김형호 기자 chs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