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로에서 연극 "허탕"과 "택시드리벌"로 눈길을 모았던
희곡작가이자 연출가인 장진.

충무로에선 신인격인 그가 영화 "기막힌 사내들"을 만들어 주말 개봉,
스크린에 도전한다.

이번엔 황당하고 기막힌 사연을 간직한 네명의 사내가 엮어내는 소동을
그렸다.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범인으로 지목된 네 사람의
하소연을 들어보는 것인데 그렇게 엉뚱할 수가 없다.

먼저 불행한 죄수역의 손현주.

자동차외판원인 그는 가는 곳마다 살인사건이 벌어져 경찰의 감시대상
1호다.

워낙 재수가 없다보니 그를 심문하는 경찰도 멍청이만 걸려 몇시간씩
골탕먹기 일쑤다.

자살중독증에 걸린 신하균.

죽고 싶어도 죽지못하는 진짜 불행한 사람이다.

석유를 몸에 붓고 라이터를 켜도 불이 붙지 않는다.

돈이 없어 휘발유 대신 경유를 썼기 때문.

나무가지에 목을 매면 줄기가 부러지고, 감전사를 노려 전기줄을 잡으면
휴즈가 나가버린다.

최종원과 양택조.

별(전과기록)이 수두룩한 잡범이지만 죄의식은 별로 없다.

도둑질할 때마다 붙잡혀 감방살이로 댓가를 치렀기 때문이다.

보육원에서 일하는 딸(오연수)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탕하려던 이들은
민방위훈련용 사이렌을 경찰차로 착각하고 도망치다 붙잡힌다.

기막힌 사연을 갖기는 베테랑 경찰(이경영)도 마찬가지.

서울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 단서 하나 제대로 못찾아
고민이다.

하도 답답해 길가의 전봇대에게 물어보니 어라, 전봇대가 진범이다.

영화는 이런 식이다.

일상생활의 농담과 궤변으로 그럴듯한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한바탕
난장을 벌인다.

하지만 그 잡설이란게 무조건 황당하지는 않다.

그속에 담긴 은유가 현실의 모순을 의뭉스럽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진지한 독백을 생퉁맞은 욕설로 끊어내고,애틋한 감정따윈 익살로
뭉개버리는 감독의 독설은 "현실과 헛소리"의 간극을 더욱 좁혀낸다.

그래서 이 영화는 농담과 궤변으로 답답함을 풀어야 했던 우리사회의
색다른 자화상이 되었다.

신인다운 패기와 재치가 넘치는 영화지만 올해 충무로에 데뷔한 다른
감독들처럼 뒷심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온갖 풍자와 악담으로 판을 벌여놓은 뒤 수습책으로 내놓은 것이
"사랑"이다.

해피엔딩이 나쁠 것이야 없지만 관객들은 맥이 풀린다.

"기막힌 사내들"은 유럽지역에서도 개봉을 추진하고 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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