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역할과 임무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조망한 책이 프랑스에서
출간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화제의 책은 프랑수아 자콥의 "쥐, 파리와 인간"(원제 La Souris, La
Mouche et L"homme).

프랑수아 자콥은 국내에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프랑스에선 현존하는
자연과학자중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다.

특히 유전학의 대가로 손꼽히며 분자생물학의 개척자로 불린다.

1966년 스승인 앙드레 로보프, 동료 자크 모노와 공동으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약 2주전에 발간된 이 책은 저자의 두번째 저서 "가능한 것들의 유희"에서
제기한 문제들을 보다 확대 심화시킨다.

앞의 책에서 그는 상상력과 실재를 비교해 과학의 전망과 한계를 정의해
보려고 시도했다면 이번에는 과학자의 역할과 임무를 강조한다.

그는 책에서 과학자란 "바라는 것"과 "가능한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항해하는 존재라고 밝힌다.

"가능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바라는 것은 단지꿈에 불과할 뿐이며
또한 바라는 것이 없다면 가능한 것은 단지 지루함일 뿐이다" 이어 그는
"꿈에 저항하는 것은 어렵지만 실험은 상상력을 키운다"며 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세계를 표현하면서 꿈의 한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남들의 비평에 끊임없이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과학은 바로 가능할 수도 있는 것과 가능한 것 사이의
끊임없는 투쟁"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은 무엇보다 저자의 뛰어난 철학적 접근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과학의 문제를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감성적인 문체로 그려내는그의
소양은 과학에 식상한 이들로 하여금 과학을 손쉽게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는게 프랑스 언론의 평가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