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감독(42)은 낭만주의자다.

그가 추구하는 영화세상은 따뜻한 사랑의 풍경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그의 낭만은 무채색에 가깝다.

그는 나이 마흔이 넘어 첫데이트에 성공한 무딘 남자.

그것도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찻집이 아니라 허름한 떡볶이집에서 만나
어눌하게 말꼬리를 감추던 쑥맥이다.

그런 그가 부인 김유미씨(33)와의 사랑얘기를 담은 자전영화 "러브
스토리" 제작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체험이 녹아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요즘의 사랑얘기는 신세대를 너무 의식한 탓인지 가볍고 코믹한 것에만
관심을 둡니다.

이젠 좀더 성숙하고 진지한 아름다움을 담아낼 때가 됐다고 봅니다.

관객층도 넓어져야죠.

이번 영화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
됐으면 합니다"

영화감독과 인테리어디자이너가 만나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게 될
이영화에서 그는 제작 감독 주연 시나리오의 1인4역을 맡으며 김유미씨는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

그동안 국내 영화커플로 신상옥감독과 최은희, 홍성기감독과 김지미씨
등이 있었지만 부부가 공동주연을 맡기는 처음.

93년 결혼한 그는 "현대적이면서도 고전미가 느껴지는 용모를 지닌데다
영화에 대한 정열이 대단해 처음 보는 순간부터 새영화에 데뷔시킬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의 미래는 인적자원에 달렸다고 봅니다.

이탈리아의 수제품처럼 정교하고 창의적인 작업이 이뤄져야 영세자본의
한계를 벗어날수 있죠"

53년 대구출생인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뒤 한국개발리스와
현대종합상사에 다니다 80년 이장호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뛰어
들었다.

82년 데뷔작인 "꼬방동네 사람들"로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받았으며
"적도의 꽃" "고래사냥"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깊고 푸른 밤"
"황진이" "기쁜우리 젊은 날"등을 잇따라 히트시켰다.

94년4월 배창호프로덕션을 설립, 첫작품으로 "젊은 남자"를 선보였다.

""러브스토리"가 성공하면 무대를 세계로 넓혀볼 생각입니다.

"나의 사랑 아프리카" "하이웨이" 2편을 기획중이죠.

"나의 사랑 아프리카"는 15년전 현대종합상사 케냐지사에서 일할 때
처음 기획한 것입니다.

현지에서 인술을 베푸는 한국인 의사들의 인간애가 주제죠.

"하이웨이"는 두 젊은이가 미대륙을 횡단하는 로드무비작입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