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근 엠디헬스케어 대표 "몸속 마이크로바이옴 활용, 자폐·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미생물이 분비하는 세포외소포(EV)는 세포 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핵심 메신저입니다. 이를 활용해 자폐증 신약부터 개발할 계획입니다.”

김윤근 엠디헬스케어 대표(사진)는 14일 “올해 하반기 마이크로바이옴 등 미생물 EV를 활용한 자폐 신약 ‘MDH-014’ 임상 1상에 진입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EV는 세포가 증식하거나 사멸할 때 내보내는 물질이다. 엠디헬스케어는 미생물 EV로 의료용 식품(메디컬푸드)과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미생물 EV 분야 특허는 자산가치를 925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자체 기술로 미생물 EV 대량생산 시설도 구축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김 대표는 포스텍 교수로 근무하다가 2014년 엠디헬스케어를 창업했다. 알레르기내과에서 환자를 돌보다 2006년 포스텍 교수로 자리를 옮긴 ‘의사 과학자’다. 그는 “환자를 진료하다보니 책에 나온 것과 차이가 있었다”며 “포스텍에서 미생물 EV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고 했다.

엑소좀 같은 사람세포 EV와 미생물 EV는 성질이 다르다. 엑소좀은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 세포질 등에만 영향을 주지만, 미생물 EV는 세포 속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와 리소좀 등에 들어갈 수 있다. 미생물 EV를 활용하면 세포가 에너지와 단백질을 만드는 근본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안전성과 안정성이 높아 먹는 제품으로도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미생물 EV 의학’을 개척한 연구자로 꼽힌다. 2009년 그람음성균뿐 아니라 그람양성균도 EV를 분비한다는 것을 세계에서 처음 입증했다. 미생물 EV를 질병 치료에 쓸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자폐·치매·파킨슨병·우울증 환자 등의 혈액과 대소변 속 미생물 EV를 분석한 뒤 부족한 것을 보강하면 증상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인과성을 입증했다.

패혈증, 아토피피부염 등을 연구하다가 최근엔 자폐증, 알츠하이머 등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표적이 하나뿐인 다른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와 달리 미토콘드리아, 소포체(ER), 퍼옥시좀 등 세 곳에 각각 영향을 주는 EV를 대량 보충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MDH-014는 올해 하반기 호주에서 임상 1상에 들어간 뒤 내년 하반기 미국에서 2상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병원 내 폐렴,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 등으로 개발하는 ‘MDH-011’은 내년 임상 1상에 들어간다.

글=이지현/사진=최혁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