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성장한 美 10X지노믹스…"단세포 분석, 신약개발 게임체인저 될 것"
2019년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10X 지노믹스는 세계 1위 단세포 분석(single cell seqeuncing) 장비 업체다. 단세포 분석이란 세포 각각 속에 든 전사체(리보핵산)를 분석해 세포 속에 일어나는 일(예를 들어 특정 단백질 생성)을 확인하는 기술로 전사체 분석의 일종이다. 암세포와 면역세포가 섞인 시료 전체를 갈아 얻은 전사체 정보가 아닌, 세포 개개의 전사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면역세포의 활성도나 암세포의 내약성 등을 알 수 있어 진단 및 신약개발 현장에서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유전체 분석 장비의 발전을 일루미나가 주도했다면, 단백체 분석의 영역에선 시어(Seer)가, 이어 단세포 분석 분야는 10X가 최강자로 평가받는다.

10X를 이끌고 있는 서지 색소노브 대표를 14일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만났다.

M&A를 통한 급속성장

10X는 대규모 연구개발(R&D) 비용 등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2020년 2억9885만 달러, 2021년 4억9049만 달러, 지난해엔 5억1640만 달러 매출을 냈다.

올해엔 6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10X는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대비 16% 이상 증가하는 수치다.

이같이 빠른 성장 비결에 대해 색소노브 대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우수한 연구인력의 유치”라고 답했다.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이 회사 성장의 핵심이 됐다는 뜻이다.

가령 단세포 분석 기술의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제니움’은 10X가 카르타나(Cartana)와 리드쿠어(ReadCoor)를 2020년 인수한 뒤 각 기업의 기술을 상용화해 출시한 제품이다.

이전까지 10X의 단세포 분석 기술은 전사체 분석의 대상이 된 세포의 위치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어 ‘반쪽 짜리’라는 지적을 받았다. 암 조직 등 시료를 분석을 했을 때 각 세포의 전사체 분석 결과를 얻는다고 해도 이 세포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세포의 위치 정보는 종양내 면역세포가 얼마나 침투했는지 등을 분석하는 데 유효하게 쓰일 수 있다. 제니움은 세포 크기만큼 촘촘한 탐침에 세포를 붙인 뒤 전사체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세포의 정확한 위치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했다. 단, 세포 속 전사체 전체를 분석하는 대신 일부 전사체만 분석 가능한 한계점이 있다.

색소노브 대표는 “신약 개발이나 진단에 이용하는 상황에서는 목표로 하는 일부 유전자의 발현만 보기 때문에 목적에 부합하는 충분한 성능을 보인다”면서도 “정확한 위치 정보와 더불어 세포 속 전사체를 모두 분석할 수 있는 기술력에 도달하는 것은 10X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있지만 미성숙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업을 10X가 인수한 뒤 비용과 연구인력을 집중해 빠르게 상용화시키는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신약개발 및 품질관리에서도 '게임체인저'될 것

단세포 분석 기술 확산의 걸림돌으로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 꼽힌다. 가령 차세대 유전체 분석(NGS)을 통해 시료를 분석하는데 50만원이 든다면, 단세포 분석에는 500만원이 드는 식이다. 세포 속 전사체 중 일부가 아니라 전체 전사체를 보고자 하면 비용은 더욱 올라간다.

색소노브 대표는 “기술 발달로 단세포 분석 기술 비용이 점진적으로 내려가고 있다”면서도 “현재는 비싼 비용이 이 분석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고급 정보에 대한 대가가 아니겠나”고 말했다.

가령 단세포 분석기술을 이용해 최근 몇 년간 쏟아져나온 SCI급 논문 수만 4500편 이상에 이른다. 미국 클리아(CLIA)랩에서도 암세포의 유전적 이질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단세포 분석기술이 쓰이고 있다.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의 반응성을 예측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신약개발에도 단세포 분석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색소노브 대표는 “제넨텍이 미국 제약업계에서 가장 빨리 이 기술을 도입해 표적항암제 개발 등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글로벌 제약사라면 대부분이 단세포 분석기기를 도입해 신약개발에 이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색소노브 대표는 “실제 임상 환경에서 환자로부터 얻은 단세포분석 결과와 개발하려는 약물의 예후 상관관계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신약개발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PD-(L)1, 종양변이부담(TMB) 등 기존 바이오마커의 정확도가 60% 내외에 그치는 만큼 이보다 우수한 바이오마커가 됨으로써, 동반진단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가 바이오업계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내 환경에도 단세포 분석기술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색소노브 대표는 “대표적으로 세포치료제의 품질관리(QC)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은 분석비용 등의 문제로 적용이 어렵지만 확인하고자 하는 특정 전사체를 확립해 공정을 최적화하면 세포 각각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CAR-T(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 QC 등에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3월 15일 8시 51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