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마린파마슈티컬스의 A형 혈우병 치료제 ‘록타비안’의 자문위원회(ADCOM) 회의를 취소했다. 품목허가(BLA)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바이오마린의 주가는 7.25% 급등했다.

바이오마린은 23일(현지시간) FDA가 록타비안의 BLA에 대한 자문위 회의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FDA 자문위는 의약품 허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FDA가 조언을 구하는 기구다.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FDA는 자문위 회의를 품목허가 심사를 위한 모든 과정에서 열 수 있다. 승인 혹은 비승인 여부가 명확한 사안에 대해서는 소집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문위 회의 개최는 심사 과정에서 쟁점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바이오마린은 FDA가 예정됐던 자문위 회의를 취소한 것에 대해 ‘FDA 검토의 진전(Advancements in FDA Review)‘이라고 표현했다. 바이오마린은 캘리포니아 제조시설에 대한 승인 전 검사(PLI)는 몇 주 내에 진행될 것이며, 이에 대해 순조롭게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록타비안은 아데노부속바이러스 5형(AAV5) 기반의 유전자 치료제다. AAV5로 혈액응고제8인자 관련 유전자를 전달해 제8인자의 생성을 유도한다. 한 번의 투여로 근본적인 치료를 목표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 8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바이오마린은 2020년에 임상 1·2상 결과를 근거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앞서 FDA는 장기 안전성 확인을 위해 임상 3상 진행을 권고하는 보완요구서한(CRL)을 발행했다. 바이오마린은 2년 간 진행한 임상 3상 1차 결과와 함께 BLA를 다시 제출했다.

FDA는 BLA 심사를 수락하고, 처방의약품신청자비용부담법(PDUFA)에 따른 승인 여부 결정기한을 내년 3월 31일로 정했다.

바이오마린에 따르면 FDA는 BLA 재심사를 수락할 당시 자문위 회의를 계획하지 않았다. 이후 FDA로부터 자문위 회의를 개최한다는 통보를 받았고, 이를 번복했다는 것이다.

행크 푹스 바이오마린 연구개발 부문 책임자는 “BLA 심사는 역동적인 과정이며 A형 혈우병의 치료 대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FDA에 감사하다”며 “심사 과정에서의 추가적인 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회 투여로 근본적 치료 목표…약가에도 주목

혈우병은 피가 멎지 않는 질환이다. 작은 부상만으로도 심각한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A형 혈우병은 혈액을 굳게 하는 제8인자가 부족하거나 활성화되지 않아 발생한다.

그동안 혈우병은 근본적 치료가 불가능해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여겨졌다. 1회 접종으로 근본적 치료를 목표하는 록타비안의 승인 시 약가도 관심이다. 바이오마린은 록타비안의 유럽 승인 당시 유럽에서 약 150만유로(약 20억원)에 판매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기업들도 혈우병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차세대 혈우병 치료제로 ‘MG1113’을 개발 중이다. 지난 5월 국내 임상 1b상을 승인받았다. 혈액 응고를 촉진하는 항체 치료제로 혈우병 유형에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반감기가 긴 고농도 및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티움바이오는 유전자재조합 단백질 방식의 ‘TU7710’의 국내 임상 1상을 지난 7월 신청했다. 기존 치료제보다 반감기를 증가시켜 투여횟수를 줄이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일본 주가이제약이 개발한 A형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를 국내에서 판매 중이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