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오랩의 치주질환 치료제 후보물질(파이프라인) ‘ALH-L1005’(코드명 AL102-PDT)이 임상 2상 주요결과(톱라인)에서 1차 유효성평가 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안지오랩은 10일 이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다만 높은 용량을 투여한 실험군에서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 추가 임상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117명 만성 치주염 환자 대상 임상 2상

ALH-L1005은 천연물인 칠엽수 잎 추출물을 함유한 회사의 치주질환 파이프라인이다. 안지오랩은 칠엽수 잎에 있는 물질이 ‘MMP’ 효소를 억제하고 파골세포의 분화를 저해하는 효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MMP 효소는 치주인대와 잇몸을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파골세포가 분화하면 뼈가 파괴된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치주질환 치료제로는 ‘페리오스타트(Periostat)’가 있다. ALH-L1005과 유사하게 MMP 효소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지만, 항생제라 장기간 사용이 어렵다는 게 안지오랩의 설명이다.

회사는 앞서 치주염 유도 비글견에서 ALH-L1005이 치주질환 치료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독성시험에서 안전성도 확보했다. 이어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시험을 승인받고 시험을 진행해왔다.

임상 2상은 다기관, 무작위, 이중 눈가림, 위약(가짜약) 대조 방식으로 이뤄졌다. 만성 치주염 환자에게 12주간 ALH-L1005를 600mg 또는 1200mg 투여한 뒤 위약과 비교해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했다.

총 117명의 환자를 시험군1(ALH-L1005 1일 600mg) 39명, 시험군2(ALH-L1005 1일 1200mg) 38명, 대조군(위약) 40명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이 중 분석대상군(FAS)과 안전성분석군(SS) 대상자는 총 115명(시험군1 39명, 시험군2 37명, 대조군 39명)이었다.

1차 지표 미충족…“1200mg 용량군서 효과 확인 성과도

회사가 이번에 공개한 톱라인에 따르면 ALH-L1005는 1차 지표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번 임상의 1차 지표는 기저치 대비 투여 12주 후 4개 위치(사이트)의 치주낭(치아와 잇몸 사이 염증으로 생긴 공간) 탐침(깊이 탐지 바늘)의 깊이 변화량이었다. 여기에는 시험군과 대조군 간 효능 비교 평가도 포함됐다. 통상 임상 결과를 판단할 때 기저치 대비보다 시험군과 대조군 간 효능 비교 데이터가 더 중요하게 인식된다.

이번 임상에서 모든 시험군과 대조군의 기저치 대비 투여 12주 후 치주낭 탐침 깊이 변화량은 유의하게 감소(모두 p<0.0001)했다.

하지만 시험군과 대조군 간 비교에서 성공 여부가 갈렸다. 시험군1과 대조군 간 p값은 0.9289, 시험군2와 대조군 간 p값은 0.4197로 나타났다. 안지오랩은 이번 임상의 p값 기준치를 0.1로 설정했으나 이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p값은 임상에서 집단 간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판단하는 지표다. 보통 0.05 미만이면 성공한 임상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시험군과 대조군 간 차이가 우연이 아닌 약효 등 개입변수로 인해 발생했을 확률이 95%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p값이 0.05 이상이 되면, 이 확률도 낮아져 통계적 유의미함도 줄어든다.

다만 이번 임상시험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최적용량 확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게 회사의 분석이다. 1200mg을 투여한 시험군2이 2차 지표 평가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2차 지표는 총 3가지로 구성됐다. △기저치 대비 투여 4, 8주 후 4개 사이트의 치주낭 탐침 깊이 변화량 △기저치 대비 투여 4, 8, 12주 후의 임상부착수준(CAL) 변화량과 △기저치 대비 투여 4, 8, 12주 후의 탐침 시 출혈(BOP) 변화율이었다.

우선 투여 4주 후 치주낭 탐침 깊이 변화량에서 시험군2는 대조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p=0.0515) 차이를 보였다. 또 4주, 8주 후 시험군2의 대조군 대비 임상부착수준 변화량 p값은 각각 0.0320과 0.0794였다. 투여 12주 후의 출혈 변화율은 시험군1과 시험군2에서 모두 대조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시험군1의 p값은 0.0152, 시험군2의 p값은 0.0841이었다.

회사 측은 “1200mg 투여군이 치주낭 탐침 깊이와 임상부착수준을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켰다”며 “ALH-L1005의 치주질환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2개 ALH-L1005 투여군 모두에서 안전성도 확보했다. 약물이상반응 발현율이 위약 투여군을 포함한 3개 환자군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115명 중 20명에서 총 26건의 이상반응이 발생했는데 이 중 시험군1은 15.38%(39명 중 6명)로 8건, 시험군2는 18.92%(37명 중 7명)로 10건, 대조군은 17.95%(39명 중 7명)로 8건이었다.

안지오랩은 다음 단계로의 진입 전 우선 이번 임상 톱라인 결과를 자세히 분석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회사가 고려하고 있는 다음 단계는 자체 후속 임상 진입 또는 2상 데이터 기반 기술이전 두 가지다. 두 전략을 병행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에 1200mg 투여군에서 효과를 확인한 만큼 최적 용량을 확정하고 환자 수를 늘려 다음 임상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했다.

투약 기간 역시 당초 1차 지표로 설정한 12주보다 단축할 수 있다. 회사 측은 “투약 기간을 꼭 12주로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번 데이터 분석 후 단기간 투약 시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기간을 짧게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