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5억명의 확진자, 6만여명의 사망자를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바뀐 데에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의 힘이 컸다. mRNA 플랫폼을 앞세워 신속하게 백신을 개발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전시사태'가 끝난 만큼 단백질 재조합 등 다양한 백신 플랫폼의 투자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기종 신변종감염병mRNA백신사업단장(가천대 의대 교수)은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22'에서 "지금까지 제일 중요한 건 mRNA 플랫폼을 통해 신속하게 백신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안전성에 대해서 논의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홍 단장은 "단정할 순 없지만 mRNA 플랫폼이 유연하다는 건 안전성(safety), 안정성(stability) 문제가 있는 물질일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며 "노바백스SK바이오사이언스가 단백질 재조합 코로나19 백신을 낸 건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지금 얼마나 팔릴지 의문이 있는데도 개발을 하는 건 훨씬 더 안전하고 장기적으로 유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홍 단장은 '식물 백신(그린 백신)'도 언급했다. 식물 백신은 식물체나 식물세포를 활용해 만드는 단백질 재조합 백신이다. 그는 "굉장히 많은 종류의 백신 항원을 종자로 만들어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플랫폼까지 아울러서 확장성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백신 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도 "생체에서 항원을 만들고, 항원에 의한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mRNA 기술은 다가 백신 등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mRNA 기술이 모든 곳에 사용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생체 밖에서 폴리펩타이드를 대량으로 만들거나, 폴리사카라이드에 단백질을 융합하는 글리코 엔지니어링 등 4세대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며 "다양한 백신 개발을 위해선 mRNA에 치중할 게 아니라 여러 기술에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