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투자가 망설여지는 이유 중 하나는 어렵다는 것이다. 용어부터가 생소하다. 하나의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단어를 찾아봐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이오 용어(꼬.꼬.바)'에서 낯선 제약·바이오 관련 용어를 알기 쉽게 풀어본다.[편집자주]
한미약품은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로부터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의 글로벌 임상 2상을 계속 진행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지난 4일자 한미약품 기사의 일부입니다. 신약개발사의 임상 관련 기사에 종종 등장하는 IDMC는 무엇이며 임상을 계속 진행하라는 권고는 어떤 의미일까요?

IDMC는 '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tee'의 약어입니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IDMC는 (임상시험과 연관된 기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임상) 데이터를 (중간) 검토하는 위원회입니다. 임상시험에서 왜 중간 검토가 필요한지, 독립적이라는 의미는 무엇이며 IDMC는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임상 중간 검토는 왜 필요할까?

어떤 물질이 의약품으로 승인받기 위해서는 안전한지, 질환(적응증)에 효과가 있는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세포 및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합니다. 여기서 가능성이 확인되면 이후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을 투여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와 같이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실험적 치료를 임상시험이라고 합니다. 사람 이전에 수행되는 실험은 비(非)임상 또는 전(前)임상이라고 부릅니다.

각 임상의 시험계획(IND)에는 사전에 설정된 수행계획(프로토콜), 약효 증명을 위한 기준(유효성 평가지표)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임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IND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당국에서 승인받아야 합니다.

임상 1상이나 2상이 종료된 후 기업 등 신약개발 주체는 후속 임상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규제 당국은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임상을 허가할지를 판단합니다. 임상 3상을 종료한 후에는 의약품으로 판매를 허가할지를 심사합니다.

그런데 후속 임상 진행 및 승인 여부에 대한 판단은 각 임상이 종료된 후에 진행됩니다. 임상 도중에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등 심각한 돌발 변수가 발생한다면 규제 당국이 직접 개입해 임상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성에 문제는 없지만 치료 효과도 없는 경우에는 제어할 방법이 없습니다.

임상시험은 약물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길게는 수년간 진행됩니다. 이때 임상 약물이 유효하지 않다면 임상 대상자는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낮은 약물의 개발에 대규모의 자금을 계속 투입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IDMC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환자 대상 의약품 임상은 이중맹검(Double Blind)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이중맹검은 연구자 및 피시험자에게 투여 약물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입니다. 의사와 환자 모두 투여 약물이 임상용 의약품인지 대조약 혹은 가짜약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를 통해 '플라시보 효과'(가짜약이지만 환자의 긍정적 믿음으로 인해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를 배제하는 것입니다.

IDMC는 올바른 판단을 위해 임상 도중에 이러한 맹검 정보에 접근할 권한을 가집니다. 임상 중에 임상약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IDMC는 이해 관계가 없는 사람들로 구성돼야 합니다.

IDMC의 중간 검토는 일반적으로 임상 설계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잠재적인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는 등의 상황에서는 추가 회의가 실시될 수 있습니다. FDA는 일부 연구에서 연 1회 회의가 적절할 수 있지만 더 자주 검토될 수 있다고 권고합니다.

DMC에 독립성이 필요한 이유는?

2006년에 발행되고 2019년에 갱신된 FDA의 ‘임상 실험 후원자를 위한 DMC 설립과 운영에 대한 지침’에 따르면 IDMC는 모든 임상 실험에 있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초기 단계의 임상 실험이나 증상완화 임상에서는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FDA는 임상 방법이 특정 안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 IDMC를 구성할 것을 권고합니다.

치료 과정이 특별히 침습적인 경우, 신약후보물질의 심각한 독성 가능성을 암시하는 사전 정보가 있을 경우, 어린이·임산부·고령자·말기 환자·정신 능력이 저하된 사람 등 취약한 인사를 대상으로 수행되는 경우, 사망 또는 심각한 위험이 높은 집단에 대해 연구가 수행되는 경우, 임상 규모가 크고 오랫동안 수행되며 여러 기관에서 수행되는 경우 등입니다.

임상실험의 후원자(신약개발사)는 임상 설계 시 IDMC의 구성원을 선택합니다. 또 IDMC에 활동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IDMC 구성원이 후원자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일 수는 없습니다.

다만 FDA는 DMC 구성원이 후원자와 지속적으로 재정적 관계를 유지하거나, IDMC 외의 역할로 임상시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09년 발행한 ‘독립적인 자료 모니터링 위원회 설립 및 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IDMC 위원회 구성원은 임상시험 의뢰자와 이익 충돌을 가지지 않아야 하며 다기관 임상에서는 여러 국적이 포함돼야 합니다.

너무 효능 좋으면 ‘임상 조기 종료’

IDMC는 중간 검토 결과에 따라 임상을 중단하거나 계속 진행할 것을 권고합니다. 적절한 검토가 이뤄질 때까지 임상을 일시 중단시키거나 기존의 시험계획을 변경하는 권고도 가능합니다.

일례로 2019년 신라젠의 협력사인 트랜스진은 IDMC로부터 간암 치료제인 ‘펙사벡’의 임상 중단을 권고받았습니다. 당시 IDMC는 임상 중간 검토 결과 1차 유효성 평가지수를 충족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권고를 받아들여 트랜스진은 임상을 중단했고 신라젠과의 협력 관계도 종료됐습니다.

반대로 약물의 효능이 압도적으로 탁월한 경우에도 IDMC가 임상의 조기 종료를 권고하기도 합니다. 임상으로 입증해야할 유효성 지표를 중간 단계에서 이미 충족한 경우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2020년 타그리소의 글로벌 임상 3상 중간 결과를 검토한 IDMC는 탁월한 효능(overwhelming efficacy)을 이유로 조기 맹검 해제(unblinded early)를 권고했습니다. 타그리소 3상의 1차 평가지표 도출 예상 시기는 2022년이었지만 IDMC의 권고로 2년 앞당겨졌습니다.

임상의 일부 계획을 수정하라는 권고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상에서 특정 유형의 환자군에서만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 등이 포함됩니다. 임상 도중 발생한 문제에 대해 심층 조사를 하기 위해 ‘일시 중단’을 권고하기도 합니다.

다시 한미약품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한미약품의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후보물질입니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입니다. 한미약품은 IDMC로부터 ‘계획 변경 없이 계속 진행(continue without modification)하라’는 권고를 받았습니다. 현재까지의 임상을 중간 검토한 결과, 계속 진행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IDMC의 이러한 결정이 임상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임상의 최종 성공 혹은 실패는 사전에 설정된 기준(평가지표)에 따라 결정됩니다. 또 임상 결과를 규제당국이 최종적으로 검토한 후 후속 임상 진행 혹은 신약 승인 여부를 결정합니다.

다만 임상 진행에 있어 ‘청신호’인 것은 확실합니다. 약물 투여에 대해 전혀 효능이 없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임상 중단을 권고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IDMC의 중간 분석 및 권고는 임상 대상자뿐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중요합니다.

호주에 본사를 둔 임상수탁기관(CRO)인 노보텍헬스홀딩스의 김상희 한국지사장은 “IDMC의 권고에 의해 실패할 것이 뻔한 임상을 조기에 종료한다면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며 “IDMC의 계속 진행 권고는 임상을 계속할 만한 의미가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