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하고 있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4월 말께 받아 경기 안성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5일 동안 30알을 복용해야 하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에 비해 알약 수가 훨씬 적은 데다 무증상자도 쓸 수 있도록 설계한 만큼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순항하는 코로나 치료제

일동제약 "먹는 코로나 치료제, 4월 말에 긴급사용 승인받을 것"
최성구 일동제약 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사진)은 26일 기자와 만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S-217622’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최근 2b·3상 참여자 모집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19~70세 환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임상에 들어가고, 시오노기제약은 일본 싱가포르 유럽 등 13개국에서 1800명을 상대로 진행한다. S-217622는 항바이러스 전문제약사인 시오노기가 발굴한 물질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있는 단백질 분해효소(3CL-프로테아제)를 억제하는 식으로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다.

지난해 일본에서 실시한 임상 1·2a상에서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받은 데 이어 최근 실험 결과 오미크론 변이에도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 부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2b·3상을 3월 중순까지 끝낼 계획”이라며 “데이터 분석 기간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4월 중순에는 긴급승인을 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팍스로비드 대비 S-217622의 강점으로 △적은 복용량 △넓은 투약 대상군 등을 꼽았다. 시오노기와 일동제약은 이 후보물질의 복용량을 팍스로비드의 3분의 1 이하로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약 대상에 무증상자를 넣은 것은 판매 확대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오미크론 감염자 대부분이 무증상자이기 때문이다.

최 부사장은 “화이자는 유증상자만을 대상으로 팍스로비드 임상을 진행한 탓에 무증상자에게는 투약할 수 없다”며 “향후 정부가 오미크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무증상자에게도 투약을 결정할 경우 S-217622가 유일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동제약은 정부 승인이 나는 대로 안성공장에서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 부사장은 “연간 1000만 명분을 생산할 수 있는 만큼 물량 부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가격은 미정이다. 일동과 시오노기는 팍스로비드 가격(한 명당 530달러)을 감안해 책정할 계획이다.

R&D 기업으로 변신

일동제약 "먹는 코로나 치료제, 4월 말에 긴급사용 승인받을 것"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항암제 ‘베나다파립’(IDX-1197·2상)과 당뇨 치료제(IDG16177·1상)에 이어 연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ID120040002)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ID119031166) 등 6개 물질을 임상 테이블에 올려놓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기로 했다.

최 부사장은 “세포·유전자 치료제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고 수익성도 괜찮은 ‘전통적인 신약’(케미컬 의약품) 개발에 올인할 계획”이라며 “국내외 바이오테크가 발굴한 물질을 사들이는 데 돈을 쓰는 대신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데 회사 역량을 집중 투입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는 “5년 내 주요 파이프라인을 상업화하거나 기술수출해 수익의 절반 이상이 신약 관련 R&D에서 나오도록 체질을 개선할 것”이라며 “R&D를 앞세워 설립 20년 만에 글로벌 20대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한 미국 길리어드처럼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