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태블릿PC가 이르면 내년 초 한국 시장에 상륙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10만원 안팎의 초저가 제품을 앞세워 20만원 이상 제품이 주류로 자리잡은 국내 시장을 급속히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글로벌 태블릿 시장 점유율 4위 업체다.
[단독] '초저가' 아마존 태블릿PC 상륙…판 흔드나

‘고화질’로 틈새 공략 채비

1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미국 아마존닷컴 서비스는 최근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태블릿PC 자체상표(PB)인 ‘킨들 파이어’ 제품의 적합성 평가 인증을 받았다. 적합성 평가 인증은 국내 출시의 사전 단계다. 킨들 파이어는 미국과 일본 등 한국을 제외한 일부 국가에만 정식 출시된 제품이다.

킨들 파이어는 세계 4위 태블릿 브랜드다. 2018년 출시된 ‘킨들 파이어 HD8’의 출고가는 약 9만4000원(79.99달러)으로 책정됐다. 최상위 모델이자 최신 모델인 ‘킨들 파이어 HD10’의 가격도 약 17만원(150달러)에 불과하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램(RAM)과 저장용량 등 각종 스펙(사양) 수준은 낮은 편이다. 자체 운영체제(OS)와 전용 앱만 이용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다만 화질은 준수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비롯한 영상 시청에 특화된 제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국 유통 채널은 SK텔레콤 쇼핑 자회사인 11번가의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유력하다.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지난 8월 문을 열었지만 킨들 파이어 등 일부 PB 상품은 판매 대상에서 제외됐다. 11번가는 PB 상품군 출시 확대를 위해 아마존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이 미국 본사 차원에서 직접 적합성 평가 인증을 받았다는 건 출시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아마존과 11번가 측은 킨들 파이어 한국 출시와 관련해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지금까지 국내 소비자는 다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킨들 파이어를 해외 직접구매(직구)했다. 현행 관세법상 해외 직구 시 태블릿엔 0%의 관세를 부과하는 양허세율이 적용된다. 킨들 파이어는 가격이 부가가치세(제품 가격의 10%) 과세 기준인 200달러보다 저렴해 부가가치세도 붙지 않는다. 그러나 배송비가 걸림돌이었다. 배송비는 해외 직구 사이트마다 다르지만, 한 사이트는 킨들 파이어 HD10을 제품 가격인 17만원과 5만원의 배송비를 별도로 해 판매하고 있다. 배송비만 정가의 35%에 달하는 셈이다. 그러나 킨들 파이어가 정식 출시되면 국내 소비자도 현지 가격 그대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돼 저렴한 가격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3파전 되나” 예의주시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태블릿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구도다. 삼성전자는 20만원대(갤럭시탭A7 라이트) 보급형부터 120만원대(갤럭시탭S7+) 프리미엄 제품까지 폭넓은 라인업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애플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양사는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일 ‘아이패드 9세대’ ‘아이패드 미니 6세대’를 국내에 출시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른 시일 내에 보급형 태블릿 신제품인 ‘갤럭시탭A8’ 등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선 외국산 업체들의 한국 태블릿 시장 공세가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재택근무·온라인수업 등 비대면 트렌드로 태블릿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는 올해 국내 태블릿 출하량 예상치를 400만 대로 전망했다. 2019년보다 출하량이 52.8% 급증한 지난해보다도 약 3.8% 늘었다. 중국 레노버는 올 5월, 샤오미는 9월 한국 시장에 태블릿 신제품을 출시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