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글로벌 공룡’들의 전장이 되고 있다. 성장세가 가팔라지자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는 물론 첨단 기술로 무장한 ‘공룡 스타트업’까지 잇달아 한국지사를 내고 고객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생태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몸값 130조' 스노우플레이크, 韓 클라우드 시장 '메기' 되나

○스노우플레이크 한국지사 공식 출범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웨어(DW) 기업 스노우플레이크가 1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 고객사가 데이터 주도형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출범 취지다. 지난달 법인 설립을 마친 한국지사의 초대 지사장에는 강형준 전 클라우데라코리아 지사장이 선임됐다. 24년간 호튼웍스, 테라데이터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를 두루 거친 데이터 분석 전문가다.

2012년 설립된 스노우플레이크는 기업의 클라우드 전환에 꼭 필요한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지원하는 게 특기다. 인사·재무·영업 등 비즈니스와 관련된 데이터라면 어떤 형태로든 취합과 관리가 가능하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이 회사는 스타트업 투자를 꺼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이례적으로 공모주 투자에 나서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벅셔해서웨이는 상장 첫날에만 8억달러(약 950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시가총액은 1100억달러(약 130조원)를 넘어서며 공룡 스타트업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고객사가 세계적으로 4900여 개에 달한다.

클라우스 데이터 시장은 AWS, 구글 등 자사 클라우드 기술 기반이 강한 글로벌 빅테크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스노우플레이크의 등장으로 이 구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미국 데이터 분석업체 7파크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8.1%에 불과하던 스노우플레이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올해 2분기 16%까지 성장하며 구글클라우드플랫폼(4.7%)을 넘어섰다. 1위 사업자 AWS는 같은 기간 62%에서 54%로 점유율이 줄었다.

○국내 클라우드 업체와 동맹 결성할까

스노우플레이크의 한국 진출은 국내 클라우드 업체들에는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솔루션에 강한 스노우플레이크가 한국 시장에 착근하기 위해선 토종 CSP와 협업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주요 CSP인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등은 서버 임대 등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를 주로 하고 있다. 잠재 고객이 새로 생긴 셈이다. 스노우플레이크는 미국에서도 빅테크들의 클라우드 기술과 서버 등 기반 시스템을 빌려 쓰고 있다. 스노우플레이크와 국내 토종 CSP가 손을 잡으면 국내 시장에 들어와 있는 빅테크들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시장조사회사 가트너가 발표한 AWS 클라우드의 글로벌 점유율은 40.8%로 압도적 1위다. 국내 시장의 AWS 점유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 업체들에 주도권을 내준 국내 CSP들도 해외 클라우드 데이터 업체들과 협력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스노우플레이크 외에도 외국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들의 한국 진출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지사를 설립한 그래프 데이터베이스 기업 타이거그래프가 대표적이다. 장준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미래전략센터 선임연구원은 “국내 CSP들은 스노우플레이크 등과 협업 구도를 짜면 공공·금융 영역에 한정된 사업 영역을 다른 분야로 확장하기가 쉬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