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노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진단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는 회사입니다. 의료용 영상으로 환자 상황을 분석하는 데 AI를 접목해 일선 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진단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2014년 설립돼 지난 2월 코스닥에 상장됐습니다.
김현준 뷰노 대표 / 사진=신경훈 기자
김현준 뷰노 대표 / 사진=신경훈 기자
영상진단 분야는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사업군으로 꼽힙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의료영상 데이터들을 딥러닝으로 학습해 진단을 보조할 수 있는 정량적 자료를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것이죠.

뷰노는 국내 최초로 AI가 적용된 의료기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허가를 받은 기업입니다. 2018년 5월 소아의 손뼈 엑스레이 영상을 바탕으로 골연령 진단을 도와주는 ‘뷰노메드 본에이지’가 첫 인허가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뷰노는 이 제품 출시 뒤에도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 영상뿐만 아니라 병리영상, 생체신호, 음성인식 등으로 AI 의료기기 사업 분야를 넓혀왔습니다. 이들 분야 모두에서 AI 기반 의료기기를 개발 중인 기업은 국내에서 뷰노가 유일합니다.

국내 1호 AI 의료기기로 골연령 진단 보조
AI 도입은 헬스케어 시장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비아이에스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8년 19억 달러 수준에서 2023년 115억 달러로 연평균 45% 성장할 전망입니다. 특히 딥러닝 분야에선 연평균 성장률이 50% 이상 될 것이란 예측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뷰노를 창업한 김현준 대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비(非)바이오 전공자입니다. 루닛을 세운 서범석 대표도 그렇고 AI 의료기기 분야에선 바이오를 전공하지 않았던 이들의 사업 진출이 두드러집니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연구원으로 있던 중 AI를 적용한 의료 데이터 분석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종합기술원에서 같이 근무하던 이예하 연구원, 정규환 연구원과 함께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뷰노가 발 빠르게 상업화에 성공한 첫 제품은 ‘뷰노메드 본에이지’입니다. 이미 국내 의료기관 300여곳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유럽 CE 인증과 일본 판매허가를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인허가를 준비 중입니다. 이 제품은 이름 그대로 뼈의 나이를 봅니다.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겐 자녀들의 키가 얼마나 클지가 관심사입니다.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소아의 손뼈 엑스레이 사진으로 아이들의 골연령을 진단하는 데 AI 소프트웨어를 도입했습니다. 진단받는 사람의 엑스레이 사진과 표준 수골 엑스레이 사진을 비교해 최대 3순위까지 골연령을 제안합니다.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이용하면 의료진이 엑스레이 영상을 단독 판독할 때보다 골연령 판독 시간이 최대 40%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진단받는 사람의 나이, 키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향후 키가 얼마나 크게 될지에 대한 예측이 담긴 그래프도 함께 제공합니다.

주목할 점은 뷰노가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이 회사는 클라우드로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소프트웨어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웹 기반 서비스에서 쓰이던 사업모델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고 합니다.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사용 중인 고객 중 90%가량에 클라우드 방식으로 과금을 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기존 의료기기 업체들은 고객이 영구적으로 제품을 소유할 수 있도록 의료기기를 판매한 뒤 보수·유지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는 수익모델을 써왔다”며 “뷰노가 공급 중인 소프트웨어 전반을 보면 클라우드 기반 과금 방식과 기존 방식의 고객 수(300여 곳) 비율이 7 대 3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대형병원은 개인정보 이슈로 인해 클라우드 도입에 조심스러운 입장인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클라우드 사업 모델은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습니다. 의료진이 온라인으로 진단 영상을 제출하면 중앙컴퓨터가 판독 결과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보니 중앙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 모든 고객이 최신 버전으로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일이 소프트웨어를 개별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필요가 사라진 겁니다.
[이주현의 바이오 탐구영역] 국내 의료기기 업계에 AI 바람 몰고 온 뷰노
자체 개발한 딥러닝 엔진 확보
뷰노는 AI 기반 딥러닝 프로그램인 ‘뷰노넷’을 독자적으로 구축했습니다. 상당수 AI 기업들이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제공하는 오픈소스를 활용해 범용 엔진을 개발한 것과 달리 뷰노는 자체적으로 딥러닝 엔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픈소스 기반 엔진은 범용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여러 기능이 탑재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용량이 커서 소형이거나 저사양인 의료기기에는 도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뷰노는 뷰노넷을 이용해 모바일 의료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뷰노가 삼성전자와 맺은 공급계약은 이러한 뷰노의 강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뷰노는 삼성전자의 이동형 디지털 엑스레이 촬영장비 ‘GM85’에 흉부 엑스레이 영상 판독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인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장비를 이용하는 의료진으로서는 AI 소프트웨어 사용 유무와 관계없이 해당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장비를 사용하게 되는 겁니다.

김 대표는 “국내 병 의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3만5000여 곳에서 엑스레이 장비를 가진 곳이 1만 곳 정도”라며 “5년 뒤면 엑스레이 장비를 도입한 국내 의료기관 중 90%가 AI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가 있는 장비를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I 소프트웨어 도입으로 엑스레이 장비를 쓰게 될 병의원 자체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판단입니다. 엑스레이 등 방사선 장비를 사용하기 위해선 방사선사와 함께 영상을 판독할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요구됩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급증한 모바일 엑스레이 장비와 AI 소프트웨어가 함께 보급되면서 의료진이 환자를 보다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폐암, 치매로 진단 영역 확장
뷰노가 상용화한 제품은 9개에 달합니다. 흉부 관련 영상을 사용하는 제품군으로는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 외에도 폐결절을 탐지하고 관련 데이터를 정량화하는 소프트웨어인 ‘뷰노메드 흉부CT AI’가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CT 영상을 활용합니다. 폐결절은 폐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흉부 CT 영상 촬영을 통해 감지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두 제품 모두 미국 허가 획득을 위한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CT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입니다. 폐결절 소견을 제공하는 기존 수준을 넘어서 폐결절의 악성도도 분류해 폐암 진단 보조에 쓰일 수 있도록 한 ‘뷰노메드 흉부CA AI’가 지난 5월 식약처에서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습니다. 진단 보조용 AI 의료기기는 상황에 따라 일일이 환자를 모집하지 않고서도 허가 임상 진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환자를 모집해야 임상이 가능한 기존 방식과 달리 병원에 있는 의학영상정보시스템(PACS)에 있는 기존 영상을 샘플링해 임상에 활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뇌질환에서도 뷰노 제품이 쓰이고 있습니다. 2019년 국내 허가를 받은 ‘뷰노메드 딥브레인’은 MRI 영상 속 뇌 영역을 100개 이상으로 분할한 뒤 주요 뇌 영역들의 수축 상태를 정량화해 보여주는 제품입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도를 점수로 제공하는 ‘뷰노메드 딥브레인 AD’도 지난해 12월 국내 허가를 받았습니다. 김 대표는 “뷰노메드 딥브레인은 정상인과 환자의 뇌 영역별 부피를 연령·성별에 맞춰 비교하는 방식”이라며 “뷰노메드 딥브레인 AD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있는 사람을 민감도 80% 이상 수준에서 선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간 알츠하이머 치매 여부를 알기 위해선 양전자단층촬영(PET)이 주로 쓰였습니다. 1회 검사 비용이 100만원이 넘다 보니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환자 입장에선 촬영하기가 부담이었습니다. MRI는 PET 검사 대비 약 20% 비용이면 촬영이 가능합니다. 뷰노는 딥브레인 AD의 수가 지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가 지정이 되면 공급에도 더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AI 진단 기술 도입에 의료업계가 적극적이진 않았다고 합니다.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이 의료업계에서도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우려가 있었던 겁니다. 지금은 그 우려가 해소됐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여러 영상을 판독해야 하느라 시간에 쫓기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AI가 기여할 수 있다는 게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뷰노는 음성인식으로도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뷰노메드 딥ASR’은 의료진의 말을 실시간으로 영상 판독문 형태로 변환해주는 소프트웨어입니다. 기존엔 의료진이나 전사자가 직접 일일이 영상판독문을 작성해야 했습니다. 영어와 한글을 오가며 의학용어를 섞어쓰다 보니 피로도가 상당했습니다. 뷰노는 뷰노메드 딥ASR을 PACS나 전자의무기록(EMR) 등에 탑재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뷰노메드 딥브레인’을 이용하면 MRI로 뇌 영역의 위축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뷰노메드 딥브레인’을 이용하면 MRI로 뇌 영역의 위축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뷰노메드 딥브레인 AD’는 뇌 영역별 위축 정도를 파악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 위험도를 수치로 알려준다.
‘뷰노메드 딥브레인 AD’는 뇌 영역별 위축 정도를 파악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 위험도를 수치로 알려준다.
암 병리 분석 소프트웨어도 개발
또 다른 파이프라인은 세포 단위에서 암 발병 가능성을 확인하는 병리 분야입니다. 뷰노는 지난 6월 디지털 병리분석 솔루션인 ‘뷰노메드 패스퀀트’로 식약처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 제품은 조직검사로 확보한 세포 검체 슬라이드 영상을 분석해 세포를 유형별로 자동 검출·분류해줍니다. 유방암, 신경내분비종양 등이 검사 대상입니다. 임상 병리 전문가가 종양세포를 걸러낼 때보다 90% 이상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뷰노는 지난 3월 필립스코리아와 해당 솔루션의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올해 안에 국내 대형병원에서 상용화할 예정입니다. 위암, 전립선암, 간암, 림프절 등에서도 AI 기반 병리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입원 환자들의 위험 정도를 파악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반병동에서 EMR 형태로 수집한 혈압, 체온, 맥박, 호흡 등의 생체신호를 분석해 24시간 안에 심정지가 발생할 가능성을 알려주는 ‘뷰노메드 딥카스’가 대표적입니다. 병원 내 심정지 발생률을 줄이고 오경보율을 낮추는 게 목적입니다. 올 하반기 중 국내 허가를 받는 게 목표입니다.

중환자실용 소프트웨어는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할 예정입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까지 430억 원을 투자해 한국인 중환자 특성을 반영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증 위험도를 정량화하는 임상 의사결정 지원시스템(CDSS)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뷰노는 서울대병원, 양산 부산대병원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고객을 빠르게 확보했다는 점은 이 회사의 큰 장점입니다. 의료기기 분야는 제품 성능도 중요하지만 의료진의 신뢰도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많은 의료기관에서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라면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입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만 병원 300여 곳이 고객인데 이는 국내 AI 진단 관련 기업 중 최대 규모”라며 “의료 분야에선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후발주자와의 실적 격차를 벌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주현의 바이오 탐구영역] 국내 의료기기 업계에 AI 바람 몰고 온 뷰노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