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동이 항체의약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50여년간 의류와 섬유를 주력사업으로 성장해온 국동이 미래를 이끌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사업을 장착한 것이다.

지난 20일 만난 오창규 국동 대표는 “형질전환 마우스 플랫폼을 완성해, 5년 안에 항체의약품 생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을 능가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오창규 국동 대표./사진=이승재 기자
오창규 국동 대표./사진=이승재 기자
오창규 대표는 지난해 3월 국동에 합류해 바이오 사업을 맡고 있다. 탄탄한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기반으로 매출을 내면서 주력사업을 바이오로 바꿔 나간다는 계획이다.

오 대표는 바이오 연구원과 최고경영자(CEO) 등을 두루 거쳤다. 독일 괴팅겐대에서 발생유전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2000~2003년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 2009~2010년에는 유전자 교정 기술 기업 툴젠 대표이사를 지냈다. 또 현재 국동의 관계사인 휴맵과 셀트로이를 설립했다.

국동이 추진하는 바이오 사업은 휴맵과 쎌트로이의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한다. 휴맵과 쎌트로이가 가진 원천기술과 특허를 활용해, 국동의 바이오사업을 이끌겠다는 목표다. 임상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이 필요했던 비상장사 휴맵, 셀트로이와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던 국동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이유다.

3세대 플랫폼으로 이종간 유전체 치환 및 재조합 가능

국동과 휴맵의 연결고리는 ‘형질전환 마우스 플랫폼’이다. 오 대표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항체치료제는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항체치료제 개발과 기업의 성장은 형질전환 마우스 플랫폼의 활용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형질전환 마우스 플랫폼은 항체를 만드는 쥐의 유전자를 인간 유전자로 전부 바꿔, 쥐에게서 사람의 항체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쥐에서 생산되는 항체가 인간 항체로 인식될 수 있을까.

초기에는 암세포 항원을 쥐에 주입해, 쥐가 만들어낸 항체를 항체의약품 개발에 활용했다. 하지만 사람의 체내에서는 쥐의 항체를 외부 물질로 인식했다. 인체가 쥐의 항체를 항원으로 인식하게 되면 면역반응이 일어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약효도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이후 항체를 인간화하는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마우스 유래 항체를 최소화하는 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인간 유전자로부터 항체를 제작하는 완전인간항체 생산기술인 파지디스플레이와 형질전환 마우스 플랫폼이 등장했다.

오 대표는 “2017년까지 승인된 완전인간항체 신약 중 약 75%가 형질전환 마우스 방식으로 개발된 만큼, 항체의 인간화 기술 가운데 앞서 있는 것이 형질전환 마우스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 중반 형질전환 마우스가 개발됐고, 2000년대 중반 들어 형질전환 마우스에서 만들어진 항체의약품이 임상을 통해 검증됐다. 쥐에서 인간 항체가 만들어지고, 이를 주입했더니 체내에서 외부물질로 인식하지 않음을 검증한 것이다.

현재 이 플랫폼 기술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의약품을 개발한 기업은 압제닉스(암젠), 메다렉스(BMS), 리제네론 등 3곳이다. 암젠과 BMS는 1세대 플랫폼을, 리제네론은 2세대 플랫폼을 활용한다.
[탐방노트] 국동 “5년 내 셀트리온 넘는 항체신약 개발 기업될 것”
국동이 휴맵과 함께 개발 중인 ‘진테제(SynThese)’는 3세대 플랫폼이다. 3세대 플랫폼은 기존 1·2세대 기업들이 유전자 조각(BAC클론) 기반의 유전자 조작 방식을 적용하는 것과 달리 유전체를 대규모로 치환한다.

기존 기업들은 쥐의 항체유전자를 제거하고 사람의 유전자를 옮기는 과정에서 BAC클론을 1회당 100~150킬로베이스페어(KB)만 이식했다. KB는 유전체의 단위로, 1000개의 염기쌍을 뜻한다. 그러나 인간항체 유전자는 4메가베이스페어(MB)에 달한다. 이에 기존 방식으로 인간항체 유전자를 이식하려면 수십 회 반복 작업이 필요했다. 이 기간에만 10년여가 걸린다는 설명이다.

진테제의 핵심은 차세대 유전체 편집기술인 ‘에이스(AiCE)’에 있다. 휴맵이 독자 개발해 특허 등록했다. 에이스는 대단위 유전체의 양 끝을 표지해 염색체(크로모좀) 수준에서 대단위 유전자를 통째로 교체한다. 이를 통해 인간화항체 형질전환 마우스를 만드는 기간을 2~3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오 대표는 설명했다.

교체 방법은 이렇다. 정상세포는 분열할 때 중기에 크로모좀이 응축된다. 이때 에이스는 유전체의 양쪽 끝에 재조합효소 인식 서열인 ‘RRS’를 삽입한다. 그러면 핵막이 일시적으로 소실되면서 ‘마이크로셀’이라고 부르는 크로모좀이 일시적으로 생성된다. 이 상태에서 쥐와 인간의 세포를 결합하면, 크로모좀이 일시적으로 이동한다. 이동한 크로모좀을 재조합해 원하는 부분만 교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3세대 플랫폼을 통해 쥐와 인간의 유전자를 통째로 교환할 수 있게 되면서, 전달할 수 있는 크기가 제한적이었던 1·2세대 플랫폼의 문제점을 극복했다는 설명이다.
오창규 국동 대표./사진=이승재 기자
오창규 국동 대표./사진=이승재 기자
이 기술의 경쟁력은 또 있다. 항체가 갖는 항원에 대한 다양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항체는 생성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3차 구조를 띈다. 항원인지 부분에서도 이 3차 구조는 매우 다양하다는 설명이다. 기존 BAC클론 방식은 유전자의 두 개의 크로모좀 중 한 쪽만 교체한다. 이에 유전자를 교체한 쥐를 자연교배해도 항원에 대한 다양성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에이스 방식으로는 두 개의 크로모좀을 각기 다른 것으로 교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항원 다양성이 더욱 높아진다. 오 대표는 “교체된 유전자의 재조합 등을 통해 2배 이상의 항원 다양성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국동은 현재 시제품 제작까지 마쳤다. 쥐와 인간의 크로모좀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쥐 배아줄기세포를 제작했다는 설명이다. 인간 세포를 마이크로셀로 분화하도록 유도해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들을 포함하도록 조작하고, 이 크로모좀이 쥐의 배아줄기세포로 옮겨간 것을 확인한 것이다.

완제품은 RRS에 의해 인간과 쥐의 크로모좀이 재조합을 일으키면 완성된다. 이 과정에는 짧게 서너 달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안에 시제품과 완제품을 모두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오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그는 “진테제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에서 상업화 기준 네 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인간화항체 형질전환 마우스 플랫폼을 확보하게 된다”며 “형질전환 마우스 플랫폼은 항체의약품을 개발 생산하는 바이오시밀러 기업뿐만 아니라 항체신약 개발 기업에게도 많은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항체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선진국에 준하는 항체 신약 개발 및 생산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부로 이어집니다)

김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