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2 시리즈'가 출시 7개월 만에 1억대 이상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아이폰6 시리즈 판매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애플 최초의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이라는 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 등이 소비자 선택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인기 많았던 '아이폰6' 판매량 버금가는 '아이폰12'

6일 글로벌 정보기술(IT) 전문 통계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아이폰12 시리즈의 누적 출하량은 지난 4월 기준 1억대를 넘어섰다. 출시 7개월만으로, 전작과 비교해 판매량 1억대 돌파가 2개월 더 빠르고 LTE 시대 슈퍼사이클을 기록한 2014년 아이폰6 시리즈 판매 속도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 영등포구 IFC몰 애플스토어 여의도점 [사진=뉴스1]
서울 영등포구 IFC몰 애플스토어 여의도점 [사진=뉴스1]
2014년은 3.5인치, 4인치만 출시하던 애플이 처음으로 4.7인치, 5.5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해다. 당시 애플은 파격적 행보로 역대급 매출을 달성했다.

2014년 애플의 4분기 아이폰 라인업 전체 매출과 판매량은 236억 달러와 3927만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16% 뛰었다. 2015년 1분기에도 아이폰6를 중심으로 한 아이폰 라인업 전체의 인기가 이어지며 해당 분기 매출액과 판매량은 511억 달러와 7450만대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 46% 증가했다.

현재 아이폰12 시리즈의 흥행 추세가 이 아이폰6에 버금간다는 것.

"아이폰12 고급 버전 '프로 맥스'가 흥행 이끌어"

아이폰12는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이라는 점과 혁신적인 디자인, 풀 OLED 전환, 카메라 기능 강화, 뛰어난 보안성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시장 상황 변화가 애플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아이폰12 시리즈는 전작보다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았다"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기기를 교체하지 않은 소비자들의 대기 수요가 아이폰12로 대거 이동했다"고 짚었다.
아이폰12·아이폰12 미니 보라색 [사진=애플 제공]
아이폰12·아이폰12 미니 보라색 [사진=애플 제공]
아이폰12의 고급 버전인 '프로 맥스' 모델의 높은 점유율이 아이폰12 시리즈의 흥행을 이끌었다고 짚었다. 아이폰12 프로 맥스의 경우 아이폰11 프로 맥스보다 기능이 업그레이드 됐지만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가동해 동일한 가격으로 출시됐다. 전작에서는 25%를 차지했던 프로 맥스 모델은 아이폰12 시리즈 판매량에서는 29%를 웃돌았다.

애플은 아이폰12 흥행에 힘입어 1분기 호실적을 달성했다. 애플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65.5% 증가한 479억4000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아이폰 판매량 또한 올 4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아이폰12 시리즈는 국내에서도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출시 후 최근까지 한국에서만 250만대 가량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애플은 올 1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22%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아이폰 총 생산량 큰 폭 증가 전망"

아이폰12의 인기는 꾸준하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이 지난 1~18일 진행한 대규모 현지 할인행사 '6·18 쇼핑 축제'에서 아이폰12는 판매 시작 1초 만에 1억 위안(약 174억원)어치가 매진됐다. 아이폰12는 6·18 쇼핑 축제에서 매출 기준으로 단일 제품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외산 제조사 중 유일하게 '톱5'에 이름을 올렸다. 화웨이, 오포 등의 업체가 저가, 애국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폰12의 중국 내 선전은 더욱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올해 애플의 아이폰 총 생산량도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아이폰 생산량이 2억2300만 대로 전년 대비 12.3%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컬러 마케팅을 주목해야 한다"며 "애플은 과거 극도의 심플함을 추구하며 검은색, 흰색 제품만 출시했지만 다양한 색상을 입힌 아이폰을 출시하는 등 이른바 '컬러 마케팅'을 선보여 애플에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의 기기 변경 사이클을 단축시켰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올해 아이폰12 시리즈 흥행과 아이폰13(가칭)의 기대감에 힘입어 애플은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컬러마케팅, 기기 스펙 개선 등 상품성을 끌어올린 이유 외에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유연한 리더십이 호실적의 밑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티브 잡스의 '한 손 크기' 아이폰을 고집했다면 아이폰6와 12의 흥행은 불가능했다. 고약할 정도로 회사 보안 유지에 신경을 쓰고 독창성 훼손을 극도로 꺼린 잡스와 달리 팀 쿡은 타협할 건 타협하는 스타일"이라며 "갤럭시에 발맞춰 아이폰의 크기를 키우며 라인업을 다양화했고, 저가형 모델도 선보이면서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아이폰 경험을 선사한 것이 이 같은 호실적으로 되돌아왔다"고 짚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