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헬스케어산업에서 가장 큰 시장이 형성돼 있는 분야다. 미국에선 매년 2000억 달러(223조 원)가 넘는 비용이 암 치료에 사용된다. 현재 암을 치료하기 위해 세 가지 표준 치료법이 활용된다. 수술을 통해 몸 안에 있는 암을 제거하는 직접적인 방법과 약물 투여, 방사선 치료 등 간접적 치료법이 있다.

각 치료법엔 장단점이 명확해 환자의 상황에 따라 병용·단독으로 활용되고 있다. 3대 표준법은 훌륭한 암 치료 수단이다. 단점도 명확하다. 약물 투여나 방사선 치료 과정에선 멀쩡한 정상 세포를 죽일 수 있다. 수술을 통해 직접 암세포를 없애는 방법은 특정 암에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들의 장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장을 활용한 암 치료법이다. 모든 세포는 분열과 소멸을 반복한다. 그러나 암세포는 소멸이 안 되고 계속해서 분열한다. 노보큐어는 ‘옵튠’이라는 착용형(웨어러블) 항암치료 기기를 이용해 암세포의 체세포분열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암 치료를 하는 기업이다.

[해외 바이오 기업] 착용형 기기로 항암 치료 분야 개척하는 노보큐어
웨어러블 항암치료 기기, ‘옵튠’
이 회사의 장비는 작은 전기장 발생 장치와 트랜스듀서 조합 장치로 구성된다. 트랜스듀서란 한 에너지를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를 말한다. 트랜스듀서 조합 장치는 일주일에 2회 이상 교체한다.

일단 환자가 웨어러블 장치를 암세포 주변에 붙이면 종양치료장이라고 하는 50~200㎑의 저강도 교번(주기적으로 크기와 방향을 바꾸는 것) 전기장이 형성된다. 이를 통해 암의 체세포분열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인 튜불린(세포의 골격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의 단백질 분자)과 셉틴의 위치를 교란한다. 이들 단백질은 극성이 높아서 전기장으로 초당 10만~30만 번 정도 교란하면 암세포의 체세포분열이 방해돼 결국 사멸한다는 원리다.

전기장은 중력, 전자기력, 강력, 핵력과 같은 인위적인 힘이 아니라 자연계에 존재하는 힘이다. 방사선 피폭이나 화학항암제의 독성과 같은 부작용이 없다는 얘기다. 또 암세포는 일반세포와 특성이 달라 노보큐어의 전기장이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보큐어는 현재 교모세포종에 대해 화학항암제인 테모졸로마이드와 병용요법으로 신규 진단을 받은 환자와 재발환자에 대해서 사용 허가를 받았다. 상용화 이후 지금까지 2만 명에 가까운 환자에게 처방됐다. 작년 기준 5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과 30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기장을 활용한 항암치료 기기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임상시험 설계와 보험수가 획득이다. 이 회사는 기존 표준 치료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병용 치료로서 효과를 입증하는 것으로 임상시험을 설계했다. 임상시험 결과 전체생존율은 종양치료장과 화학항암제의 병용요법이 20.9개월로 화학항암제 단독으로 치료할 때 수치인 16개월보다 4.9개월이 더 길었다.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8년에는 미국 국립 통합 암 네트워크 가이드라인에 카테고리1 추천요법으로 등재됐다.

만약 기존 표준치료 대비 우위를 입증하는 것으로 임상시험을 설계했다면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임상시험 성공도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병용요법으로 접근함으로써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의료진을 설득할 때 이점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보큐어는 우수한 임상 성능을 바탕으로 보험사를 통한 보장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2016년 3분기 1억2000만 명이던 보험 적용 가능 환자는 5억1000만 명(작년 3분기 기준)으로 확대됐다.

전기장을 활용한 암 치료가 실제로 암환자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전기장 치료가 표준치료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고 교모세포종이라는 암도 유병률이 높은 암이 아니라 시장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다. 미국과 주요 해외시장의 연간 교모세포종 확진 환자 중 전기장 치료의 목표 환자는 1만3000여 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 전기장 치료는 교모세포종 외에 신규 적응증 확대를 통해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확장성을 통한 사업 성장 기대
전기장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확장성이다. 특정 적응증에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적응증에도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포 사이즈별로 최적화된 주파수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50㎑(정상 창자), 150㎑(악성중피종, 췌장, 비소세포폐암), 200㎑(난소, 교모세포종) 등 각 장기에 맞는 전기장을 형성함으로써 적응증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다.

첫 번째 성과는 2019년 5월에 허가를 받은 악성중피종이다. 노보큐어는 희귀질환인 악성중피종에 대해서 FDA의 인도주의적 의료기기라는 제도를 활용했다. 표준 화학항암제와의 병용 임상을 통해서 전체 생존율 18.2개월, 무진행 생존율 7.6개월이라는 결과값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악성중피종에 대한 허가는 지난 15년간 FDA가 허가한 최초의 사례였다.

이 외에도 노보큐어는 네 개의 3상 임상시험과 세 개의 2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임상시험 성공 여부에 따라 목표 가능 시장(연간 암확진자 수 기준)은 미국에서만 1만8000명(교모세포종 1만5000명, 악성중피종 3000명)에서 35만 명으로 확대될 수 있다. 또 다른 호재도 있다. 지난 4월, 임상 3상 중인 비소세포폐암 관련 임상시험에 대해 독립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임상시험 규모 축소를 권고받았다. FDA가 이를 수락할 경우, 임상시험 완료 시점이 1년 이상 단축될 수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