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로드리귀에즈 GIF 기술국장 "SMR 개발과 선점에 미래 에너지 패권 달렸다"
“원전 기술은 오랜 시간,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발전합니다. 지식을 최대한 오래 보존하는 관리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질 로드리귀에즈 4세대원자력시스템국제포럼(GIF) 기술국장(사진)은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정책적 단절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원전 건설 경쟁력을 인정받아 GIF 부의장국으로 활동하던 한국은 2016년 10월과 이듬해 3월 연달아 국내에서 회의를 여는 등 국제 원전 업계와 적극 교류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부터는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활동이 끊겼다.

로드리귀에즈 국장은 “어떤 정부의 정책도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탈원전은 잘못된 길이었다는 자신의 생각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한국의 원전 관련 경험과 지식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이 상업운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한국의 기술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2019년 5월부터 GIF 기술총괄 책임자로 재직 중인 그는 프랑스 원자력청(CEA) 수석엔지니어다. CEA가 2009년부터 10년간 진행한 소듐고속냉각로(SFR) 프로젝트 ‘아스트리드(ASTIRD)’를 이끌었다. 600메가와트(㎿), 150㎿ 규모 SFR 2기를 지어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했다.

2008~2013년엔 고온가스로(VHTR)와 수소 생산을 연계하는 연구를 했다. 그는 “GIF 회원국으로서 프랑스의 주요 관심사는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고온수전해(SOEC)”라고 설명했다. VHTR과 SOEC를 ‘한 쌍’으로 본다는 의미다. SOEC는 800도 안팎 열과 전기를 가하면 그린수소를 생산해내는 특수 장치(전해조)다.

그는 납냉각고속로(LFR)에 대해 “최근 상당한 기술 진보가 이뤄졌고, GIF 내에서 LFR 관련 활동이 굉장히 역동적”이라고 소개했다. LFR은 냉각재로 납을 쓰는 차세대 원자로다. 영국과 미국, 러시아, 중국, 벨기에 등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선 황일순 UNIST 석좌교수가 유일하게 LFR을 개발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개발 중인 용융염원자로(MSR)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MSR은 굉장히 다양한 원자로 콘셉트의 총합이며 유망한(promising)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불화우라늄, 지르코늄, 리튬 등이 섞인 용융염(소금과 함께 녹아 있는 물질)을 연료로 핵분열을 하는 MSR은 위험이 감지되면 일순간 시스템이 모두 굳어버려 사고 위험이 ‘제로’다.

로드리귀에즈 국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SMR 용도를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지역 난방, 플랜트 열 공급 등으로 공식화했다”며 “SMR 개발과 선점은 앞으로 수년간 전 세계적 이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