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 본사를 둔 위탁생산기업(CMO) 레시팜(recipharm)이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생산하기로 했다. 생산된 백신 원액을 바이알(주사용 유리 용기)에 넣는 완제 공정이다. 업계에선 모더나로부터 완제 공정 수주를 추진 중인 녹십자의 계약도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4일 외신 등에 따르면 레시팜은 지난달 말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회사 모더나와 완제 공정에 대한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이외 지역에 공급하는 백신 생산을 담당한다. 생산 물량이나 기간, 단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레시팜은 CMO뿐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의약품을 개발해주는 위탁개발생산(CDMO)에 강점을 가진 회사다. 프랑스와 독일, 인도, 이스라엘, 이탈리아 등에 생산 시설을 갖고 있다. 이번에 모더나와 계약한 백신은 프랑스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완제 공정을 미국 외 기업에 맡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더나의 백신 생산은 스위스의 CMO 전문회사 론자가 맡고 있다. 미국과 스위스 공장에서 각각 생산한다. 생산 규모는 연 2억명분(4억 병)이다. 완제 공정은 미국 카탈런트가 맡고 있다. 유럽 지역은 스위스, 미국 등 아메리카 지역은 미국이 생산기지인 셈이다.

노승원 맥쿼리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업계에서 원액이 아닌 완제 공정에 대해서만 수주가 가능한지에 의구심이 많았지만 최근 완제 공정 수주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녹십자의 완제 공정 수주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녹십자는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으로부터 백신과 치료제 5억 도즈(병)에 대한 완제 공정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다. 다만 생산 시설을 예약해둔 개념으로 개별 회사와는 따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

CEPI는 감염병 대응을 위해 2017년 출범한 국제민간기구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모더나 역시 CEPI로부터 수주를 받았다. CEPI에서 자금을 받은 기업 중 유일하게 백신을 시판하고 있다. 바이오엔테크·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는 CEPI 자금을 받지 않았다. 한 애널리스트는 “녹십자와 CEPI의 계약대로 3월부터 생산을 시작하려면 계약이 가능한 후보군이 모더나 또는 미국 노바백스 등 일부 밖에 없다”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