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금액 21% 증가
임상 1상 등 초기 단계가 61%
올 한해 제약·바이오 분야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이전 규모가 760억 달러에 달했다.

11일 KTB증권에 따르면 2020년 들어 지난달까지 글로벌 기술이전 규모는 758억 달러(약 82조3000억원)로, 지난해 601억 달러보다 21%가량 늘었다.

올해 기술이전 거래건수는 410건으로, 지난해 636건보다 줄었다. 거래건수는 줄어든 반면 총 계약 규모가 커지면서 계약 한 건당 규모도 크게 늘었다. 2020년 계약 한 건당 규모는 1억8490만 달러로, 지난해 9449만 달러였던 데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혜린 연구위원은 “계약 단위당 거래 금액이 커진 이유는 기술에 대한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기술이전의 가장 큰 특징으로 연구 단계나 전임상, 임상 1상 등 초기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후보물질)에 대한 거래 비중이 높았다는 점을 들었다. 거래 금액이나 거래 건수 기준에서 61%를 차지했다는 설명이다.

또 기술이전 계약 한 건당 규모와 계약금 비중을 비교하면 임상 1상 단계의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커졌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기술별로는 항체약물 거래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유전자 치료제와 DNA·RNA 치료제, 항체약물 접합체(ADC), 차세대 백신(mRNA) 기술 거래도 활발했다”며 “질환별로는 항암제 거래가 절반을 차지해 압도적이었고, 뇌질환 약물도 20%를 차지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교 60억 달러로 '최대'
올해 규모가 가장 큰 기술이전 계약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 7월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ADC 개발을 위해 맺은 계약이다. 계약 규모만 60억 달러에 달한다. 양사는 ‘TROP2’ ADC ‘DS-1062’에 대한 글로벌 상용화 계약을 체결했다.

DS-1062는 세포 표면에 당 단백질 TROP2를 발현하는 여러 종양 치료를 위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이다. TROP2는 주로 비소세포폐암 및 유방암에서 과발현된다. 다이이찌산쿄는 독점적 ‘DXd ADC’ 기술을 사용해 화학약물을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하고, 전신 노출을 줄이도록 설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다이이찌산쿄가 독점권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을 제외한 세계에서 DS-1062를 공동 상용화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미국 존슨앤존슨(J&J) 계열사 얀센바이오가 페이트 테라퓨틱스와 맺은 암에 대한 동종이계(항원적으로 다른 세포형을 가진 것) 세포요법에 대한 공동 개발 계약이다. 총 계약 규모는 30억 달러다. 계약에 따라 양사는 혈액암과 고형암에 대한 면역요법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종양을 사냥할 수 있는 특정 유형의 면역세포(NK세포 및 T세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페이트는 유도 만능줄기세포(iPSC)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전임상 단계까지 진행한다. 이후 얀센 바이오는 종양 관련 항원들을 표적으로 하는 파이프라인의 후속 개발과 발매를 맡는 독점권을 행사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어 사노피는 지난 1월 누릭스와 새로운 표적 단백질 분해 후보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25억550만 달러 규모의 협력 계약을 맺었다. 누릭스의 ‘DELigase’ 플랫폼을 활용해 총 5개의 표적에 대한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발굴할 예정이다.

독일 머크는 일본 오츠카제약의 자회사인 타이호, 아스텍스와 ‘KRAS’ 억제제를 포함한 표적암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하고, 최대 25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바이오젠과 로슈는 임상 1상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젠은 디날리 테라퓨틱스와 ‘DNL151’ 등 ‘LRRK2’ 저해제를 공동 개발 및 판매하는 21억5000만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DNL151은 1b상에서 안전성과 함께 리소좀 기능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개선 효과를 보였다. 내년 3상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로슈는 벨기에 제약사인 UCB로부터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을 위해 타우 항체 ‘UCB0107’을 도입했다. 총 계약 규모는 21억2000만달러다. UCB는 알츠하이머병에서 타우 단백질의 확산을 막거나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항체 물질에 대한 초기 개념증명 연구를 진행한다. 이후 로슈 산하의 신약개발기업 제넨텍이 향후 임상 단계로 개발하거나 권리반환을 선택할 수 있다.

CSL 베링은 유니큐어로부터 혈우병B 치료제 ‘AMT-061’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가지는 계약을 체결했다. 20억5000만 달러 규모다. 유니큐어는 현재 ATM-061의 상업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AMT-061는 특별한 유형의 바이러스를 통해 B형 혈우병 환자에게 손상된 유전자의 기능적 사본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환자에게 부족한 9번 응고인자(FIX)를 무해한 ‘AAV5’ 바이러스 벡터에 적용한 1회 주사로 설계됐다.

미국 뉴로크라인은 일본 다케다와 ‘TAK-831’의 개발과 상업화를 위해 20억1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뉴로크라인은 조현병, 치료저항성 우울증, 쾌감상실증에 대한 3건의 임상 단계 약품을 포함한 7개 파이프라인 프로그램에 대해 독점권을 갖게 된다.

미국 인사이트는 지난 1월 독일 모포시스로부터 재발 및 불응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 치료제 ‘몬주비’를 20억 달러에 도입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인사이트와 모포시스가 공동 판매하고, 미국 밖에서는 인사이트가 독점 판매할 예정이다.

애브비는 아이맵과 총 19억4000만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CD47 단클론 항체 면역항암제 ‘렘조팔리맙’(TJC4)의 개발과 발매를 위해서다. 렘조팔리맙은 정상적인 적혈구에 최소한으로 결합하면서 강력한 항종양 활성은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경쟁 후보에 비해 내약성이 우수하고 1상 임상에서도 우호적인 약물동태학적 특성을 보였다. 아이맵은 국내 제넥신(104,700 +0.48%)에이비엘바이오(26,450 +4.55%)가 투자한 중국 면역항암제 회사다.
올해 글로벌 기술이전 규모 82조원…항암제가 절반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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