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종합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GC녹십자

GC녹십자 종합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GC녹십자

GC녹십자는 1967년 설립 이후 백신과 혈액제제를 중심으로 회사를 키워왔다. 이제는 주력 사업과 함께 희귀질환 치료제 등 혁신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GC녹십자랩셀, GC녹십자셀, GC녹십자엠에스 등 계열사별 강점을 살려 예방, 치료, 진단, 웰빙, 디지털 헬스케어 등 미래 바이오사업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혈장치료제로도 주목받고 있다.

독감백신·혈액제제로 글로벌 리더십 구축

GC녹십자의 글로벌 백신시장 공략 선봉장은 독감백신이다. GC녹십자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직접 겪은 경험이 있다. 팬데믹 시기에 정부는 백신 수입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GC녹십자는 전남 화순의 백신 전문 생산시설에서 세계 8번째로 백신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전 국민의 35%인 1700만 명이 GC녹십자의 백신을 접종했다.

국내 독감백신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GC녹십자는 국제 공공조달 분야에서도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2011년 아시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PQ)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WHO가 국제기구의 조달시장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또 다른 주력사업인 혈액제제는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과 알부민을 필두로 중남미와 중국 시장 등 전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GC녹십자는 IVIG-SN 10% 제품에 대한 미국 허가를 올 연말께 신청할 계획이다. IVIG-SN의 시장가격은 미국이 한국에 비해 4배가량 높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C녹십자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 9월 중국에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헌터라제는 GC녹십자가 2012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헌터증후군 치료제다. 현재 11개국에 공급하고 있다. 일본에선 지난 3월 헌터라제 ICV의 품목 허가 신청을 냈다. 헌터라제 ICV는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개념이다. 뇌실에 직접 투여하면 혈뇌장벽 투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새로운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업 차원에서 신종플루라는 팬데믹을 한번 겪어본 GC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를 개발하면서 다시 한번 팬데믹 구원투수로 등판할 채비를 하고 있다. GC5131A는 국내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중에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혈장(혈액의 액체 성분)에서 다양한 유효 면역항체를 뽑아 고농도로 농축해 만든 의약품이다. 혈장치료제의 개발 속도가 빠른 이유는 기존 혈장치료제와 작용 기전 및 생산 방법이 같기 때문이다. GC녹십자는 연내 임상 2상 시험을 마칠 계획이다.
[기업 대해부] 혈액제제·백신 강자, GC녹십자의 무한변신

세포치료제를 미래성장동력으로

GC녹십자랩셀과 GC녹십자셀은 2018년 준공된 셀센터에서 세포치료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GC녹십자셀은 제대혈 및 세포치료제 부문 전문회사다. 이 중 NK(자연살해) 세포를 활용한 세포치료제를 집중 개발하고 있다.

GC녹십자랩셀은 우수한 NK세포 생산을 위해 대량 배양, 동결 보존 등 핵심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CAR-NK를 비롯해 항체치료제 병용 NK, 유전자 편집 및 줄기세포 유래 NK 등 동종업계 기업들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GC녹십자랩셀의 NK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은 글로벌 개발 현황의 축소판으로 평가받고 있다.

GC(녹십자홀딩스)와 GC녹십자랩셀이 미국에 설립한 개발전문기업(NRDO) 아티바바이오테라퓨틱스는 지난 6월 78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현지 세포치료제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GC녹십자랩셀은 NK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을 아티바로 기술이전해 미국 현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GC녹십자가 2012년 인수한 GC녹십자셀은 2007년 간암 치료 면역항암제 이뮨셀엘씨를 국내에서 허가받았다. 환자 본인의 혈액을 원료로 만드는 맞춤 항암제로 국내 세포치료제 중 최초로 연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GC녹십자셀은 이뮨셀엘씨의 적응증을 뇌종양과 췌장암 등 다양한 질환으로 넓히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뮨셀엘씨는지난해 FDA로부터 뇌종양과 췌장암을 대상으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GC녹십자엠에스,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사업 확대

GC녹십자엠에스는 2003년 GC녹십자에서 분사한 의료기기·진단시약·혈액투석액 전문기업이다. 기존 체외진단 사업과 함께 혈액투석액 사업, 혈당 사업 등 사업 다각화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GC녹십자엠에스의 성장전략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다. 국내와 국외를 가리지 않고 다른 회사와 적극 협업하면서 현장진단(POCT)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코로나19 진단사업이다. 자체 개발 품목과 함께 진단기기 전문업체와 협업하며 지금까지 항체 진단키트 2종과 항원 진단키트 1종, 분자 진단키트 2종까지 총 5가지 제품의 수출 허가를 완료했다. 올 상반기에만 총 420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했다.

지난 1월에는 안과검진 솔루션 스타트업인 루티헬스와 전략적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루티헬스의 안저검사 의료기기인 일라이의 제품 생산과 해외시장 진출 등 다각도로 협력하고 있다. 이 밖에 당화혈색소 측정기 매출이 늘어나는 것도 GC녹십자엠에스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개인맞춤형 헬스케어 전문기업 GC녹십자웰빙

GC녹십자웰빙은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전문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예방 중심의 헬스케어가 주목받고 있는 의학 패러다임 변화에 맞게 국내 최초 맞춤형 헬스케어 시스템 PNT 솔루션을 개발했다. 문진 및 검사를 바탕으로 개인의 신체적 상태를 체크하여 필요 영양소를 제공해주는 병·의원 전용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시스템이다.

GC녹십자웰빙은 PNT 솔루션을 바탕으로 개인맞춤형 건강식품브랜드 ‘Dr.PNT’를 출시했다. 영양 치료에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기능의학 전문의들이 환자를 진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에게 필요한 영양성분을 공급하는 제품이다.

GC녹십자웰빙은 병·의원용 건강기능식품인 Dr.PNT와 일반 건강기능식품 이원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B2B, B2C 시장을 모두 공략하며 건강기능식품 내 차별화에 성공했다. 태반주사(라이넥)를 중심으로 한 영양주사제 사업부문은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며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GC녹십자웰빙은 건강기능식품과 영양주사제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을 바탕으로 혁신신약 개발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유럽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세계 최초의 암악액질 치료제 ‘GCWB204’가 대표적이다. 암악액질이란 암환자가 암 또는 항암제에 의해 체중 감소와 근육 소실로 인한 영양학적 대사불균형에 처하게 되는 질병으로 전 세계 암환자의 약 50%가 암악액질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시대 새로운 리더십 확보

GC는 지난 5월 GC녹십자헬스케어를 통해 국내 1위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 기업 유비케어를 인수했다. 유비케어는 전국 2만4000여 곳의 병·의원과 약국을 포함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의료 네트워크 플랫폼을 갖고 있다. GC는 GC녹십자 중심의 전통 제약사업과 더불어 기능의학, 유전자검사, 진단검사, 건강검진 등 기존 사업이 유비케어의 사업 역량과 합쳐지면 헬스케어사업 전반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데이터 3법이 시행되면서 국내 최다 의료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유비케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의료데이터의 활용이 중요해진 만큼 정부기관 또는 기업, 의료기관마다 다른 데이터 구조를 표준화하고 활용도를 넓혀 간다는 것이 유비케어의 전략이다.

CG녹십자, 세계감염병협회와 코로나19 백신 5억 도즈 공급계약 체결

GC녹십자가 백신 위탁 생산의 전초기지로 활약할 전망이다. CEPI(전염병예방혁신연합)는 현지시각 21일 GC녹십자, 스페인 바이오파브리(Biofabri)와 10억 도즈 분량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합의를 체결했다. GC녹십자는 내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CEPI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기지로 활용되며, GC녹십자가 생산 계약을 맺은 분량은 1년 2개월간 5억 도즈(1회 접종분) 이상이다. 또 이번 합의로 GC녹십자와 바이오파브리는 CEPI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게 될 예정이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전세계 코로나19의 지속적인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GC녹십자는 최신식의 원액 위탁생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출범한 CEPI는 잠재적인 전염병의 위험에 대비해 백신의 사전개발 및 비축을 위한 글로벌 연합체다.
인터뷰 김진 GC녹십자 의학본부장 "혈장치료제 플랫폼으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한다"
[기업 대해부] 혈액제제·백신 강자, GC녹십자의 무한변신

GC녹십자는 지난 10월 14일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의 두 번째 생산을 완료했다. 임상시험용인 첫 번째와 달리 이번에는 의료 현장에서의 치료 목적 생산이다.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하면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 치료수단이 없는 환자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김진 GC녹십자 의학본부장(전무)은 “지난 8월 임상 2상 승인이 내려진 후부터 현장 의료진의 사용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GC5131A가 코로나19에 효과를 거둔다면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대규모 감염병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Q. 혈장치료제란 무엇인가.
A. 병에서 나은 사람의 혈장 속에 포함된 항체를 추출해 만드는 의약품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화제가 됐던 혈장치료와 혈장치료제는 다른 개념이다. 혈장치료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을 환자에게 직접 수혈하는 의료행위다. 혈장치료제는 혈장 속 항체 단백질(면역글로불린)을 따로 분리한 뒤 고농도 농축해 만든 의약품이다.

Q. 혈장치료제는 어떻게 질병을 치료하는가.
A.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고농도 중화항체가 일정하게 포함돼 있다. 이것이 바이러스 활성을 낮춰 증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 과거 신종 감염병에서도 혈장 투여만으로 치료효과를 본 사례가 있는 만큼 혈장치료제의 효능도 기대할 수 있다.

Q. 혈장치료제의 장점은 무엇인가.
A. 안전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미 다른 감염병에서도 혈장치료제를 사용한 사례가 많다. 코로나19 의료진은 항바이러스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을 통해 GC5131A를 투여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향후 항체치료제가 개발되면 경증 환자에게, 혈장치료제는 중증 환자에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혈장치료제 임상 2상 시험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A. 임상 2상에서는 치료제의 적정 투여 용량을 설정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알아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피험자 60명을 대상으로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중앙대병원, 고대안산병원, 충남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총 6개 의료기관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 첫 환자 투여를 개시했다.

Q. 해외 임상은 언제 추진할 계획인가.
A. GC녹십자는 국내 개발과 별도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 다케다제약 등 글로벌 혈액제제 기업들과 해외용 혈장치료제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치료제는 현재 미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Q. GC5131A를 무상 공급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A. 사상 초유의 감염병 치료를 위해 개발하는 만큼 국민 보건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단기적 수익보다 안정적인 미래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단기적 수익은 거둘 수 없더라도 혈장치료제를 개발하면 신종 감염병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