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충전하면 서울~부산 거리의 2.5배인 100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와 삼성전자종합기술원,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차세대 2차전지인 리튬공기 전지 상용화의 난제로 지적돼온 수명 저하 문제를 해결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이 연구성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한 번 충전하면 1000㎞…'괴물' 배터리 나온다
리튬공기 전지는 공기 중 산소를 양극물질로 사용하는 초경량 전지다. 산소의 산화, 환원 반응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에너지를 저장한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보다 10배 이상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또 산소를 전극재로 쓰기 때문에 금속을 쓰는 리튬이온 전지보다 가볍게 만들 수 있다. '가볍고 오래 달리는' 전기차를 만드는 데 적합한 것이다.

그러나 리튬공기 전지는 산소의 산화, 환원과정에서 과전압이 발생해 전지 수명이 급격하게 짧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전지를 담는 그릇(전해질)으로 쓰는 물의 분자가 뭉쳐 촉매에 달라붙어 활성산소가 발생하면서 효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UNIST와 삼성종합기술원 공동 연구팀은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다. 전지 내부 유기물질을 고체 형태의 세라믹 신소재(망간-코발트 페로브스카이트)로 대체해 수명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기존에 10회 미만이던 충·방전 횟수를 100회 이상으로 개선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신소재는 이온 전도성과 전자 전도성이 모두 높다. 일반적으로 세라믹 소재는 이온 전도성만 높지만, 이번 신소재는 두 성능을 동시에 갖췄다.

연구팀은 범밀도함수(DFT) 기반의 양자역학 모델링을 통해 이번 신소재를 개발했다. DFT는 분자 내부에 전자가 움직이는 모양과 에너지 등을 양자역학으로 기술하는 계산과학(수학) 기법이다. 전자는 고정된 게 아니라 확률적으로만 위치와 운동량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깜깜이’ 상태인 무수한 전자와, 전자와 원자핵의 결합체인 분자가 과연 어떤 조건에서 존재할 수 있는지 예측하는 것이 DFT다. 연구팀은 DFT를 통해 제작한 신소재로 실험용 리튬공기 전지를 만들어 성능 검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마상복 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는 리튬공기 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원천 소재기술을 개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서동화 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는 "한번 충전으로 1000㎞ 주행이 가능한 리튬공기 전지 상용화의 단초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