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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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에 약속 물량을 구매하지 못해 해마다 지급하는 보상금은 이번이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애플의 보상금 지급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전자 2분기 실적(연결 기준)에 1조원 가량의 일회성 수익이 반영되며 '깜짝 실적'을 썼지만, 내년에는 재연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16일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에 중소형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 계약상의 '약속 물량 비구매' 관련 보상금 지급은 이번이 마지막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애플이 추후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양사의 관계에 변동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애플은 통상 디스플레이 거래 기업에 일정 수준 물량 구입을 약속하고 기업의 별도 전용라인에서 부품을 공급 받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사업장 A3공장에 애플 전용라인을 구축하고 2017년 말부터 아이폰용 플렉서블 OLED 패널을 공급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용 패널 물량이 주력인 A3 공장에 10조원을 투자했다.

2016년 양사 계약 체결 당시 삼성이 전용 설비를 갖추는 '조건'은 애플이 여타 부품 공급사들과 달리 유일하게 애플의 실제 주문량이 당초 약속에 못 미칠 경우 보상금을 지급받기로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애플은 아이폰에 탑재하는 OLED 패널 대부분을 삼성디스플레이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계약 조건 추가 역시 애플에게 삼성디스플레이는 보상금 지급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안정적으로 계약하고 싶을 만큼 '중소형 OLED 강자'였기 때문이었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패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86.1%로 압도적 1위다.

그간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애플은 해당 계약의 유효 기간 및 보상금 규모 등 계약 관련 세부 내용은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에 보상금으로 약 1조1400억원(9억5000만 달러)을 지급했다. 지난해에도 9000억원 규모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DSCC는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2분기 삼성디스플레이에 구입한 OLED가 7억4970만 달러(약 9000억원)에 그치자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9억5000만 달러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아이폰 판매량이 예상 외로 부진해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와 당초 약속했던 OLED 패널 물량을 구매하지 못해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년간 애플에게 받은 각 1조원 내외의 일회성 수익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2분기 디스플레이 부문 실적에 반영됐다.

최근 삼성전자는 2분기에 8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잠정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 줄었으나 영업익이 22%나 급증하며 증권업계의 당초 예상치였던 6조원대 중반을 크게 웃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히려 특수를 맞은 반도체 부문의 호실적과 빠르게 회복한 스마트폰 및 가전 사업이 깜짝 실적을 이끈 것으로 보이지만, 디스플레이 부문의 1조원 안팎 일회성 수익 역시 이같은 예상외 영업익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2분기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라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실적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전사 영업익 자체는 준수했던 것도 애플의 보상금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보상금 지급이 끝나는 올해는 LG디스플레이, 중국 BOE 등이 애플에 OLED 패널 납품 시도가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상황. 이를 두고 일각에선 애플이 본격적으로 부품사 다변화에 나서는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