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켐생명과학, 국내 최초로 코로나 치료제 미국 FDA 임상 2상 신청
엔지켐생명과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EC-18’의 미국 임상 2상 계획서(IND)를 제출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계획서를 제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상 계획이 승인되면 치료제로선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임상 2상을 진행하는 신약 후보 물질이 된다.

○신약으로 미국 2상 임상 신청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10일(현지시간) EC-18의 코로나19 치료제 미국 임상 2상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5월부터 후보물질 EC-18의 임상 신청 전 회의(pre-IND 미팅)를 준비했다. FDA 측과 본격적인 논의는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됐다. Pre-IND 미팅은 임상시험계획 전에 미국 FDA와 개발 준비 상황 및 관련 임상계획, 시험 디자인 등이 적응증에 적합한지 등을 검증하조 조율하는 절차다.

손기영 엔지켐생명과학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EC-18 독성 데이터 등 임상 1상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FDA가 인정해 임상 1상을 건너뛰고 2상에 돌입한 것”이라며 “계획서 제출 전 FDA 측과 긴밀히 소통했다”고 말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IND 정식 승인까지 한 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손 대표는 “코로나19의 긴급성을 감안해 이르면 이달 말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C-18의 임상 2상은 내년 상반기에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2상 임상 진행과 함께 긴급사용승인(EUA)도 추진한다. EUA에 선정되면 렘데시비르와 같이 2상 종료 후 환자들에게 치료목적으로 투여가 가능할 전망이다. 회사 측은 EC-18이 코로나19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인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인체 면역체계가 지나치게 활성화해 전신에 염증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EC-18은 잠복해있는 바이러스를 빠르게 인식해 세포 손상을 막아준다.

○렘데시비르 임상 책임자가 총괄

엔지켐생명과학은 이날 공시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이끌 책임자가 카메론 로버트 울프 미국 듀크대 의대 교수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울프 교수 영입을 위해 올해 초부터 영입 작업을 펴 다섯 차례의 화상 회의를 거친 뒤 영입에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울프 교수는 감염병 분야의 권위자로 렘데시비르 임상 3상도 주도했다. 코로나19를 포함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인플루엔자 등 60여 편의 감염병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손 대표는 IND 신청 역시 울프 교수의 주도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이 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지난달 26일 첫 회의 이후 60일 정도를 예상했지만 약 2주만에 끝냈다. 울프 교수는 약물의 기전, 전임상과 초기 임상의 데이터 등을 면밀히 살핀 뒤 참여 여부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손 대표는 “권위자로 평가되는 의사가 PI를 하겠다고 결정해 FDA와 논의가 더욱 수월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IND 승인이 떨어지면 미국 정부로 부터 4000만달러 규모의 임상 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3월 미국 보건부 산하의 생의학연구개발청(BARDA)이 주관하는 코로나19 의료대응조치(MCM)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을 냈다. MCM은 감염병 확산, 자연재해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긴급히 공급하는 의약품을 가리킨다. 여기에 선정되면 BARDA의 지원 아래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승인을 받아 진행 중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