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업체들이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반려견, 반려묘의 분변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진단해주는 서비스가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다. 반려동물들의 장내 미생물 환경에 맞는 맞춤형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제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유전체검사기업인 테라젠바이오는 펫테크 기업인 핏펫과 반려동물 장내미생물 검사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연말 출시하는 게 목표다. 이 키트를 이용하면 소비자가 직접 반려동물의 분변에서 검체를 채취해 업체로 전달한 뒤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반려동물의 장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핏펫은 마이크로바이옴 상태에 따른 식습관 정보나 맞춤형 프로바이오틱스 사료도 제공할 계획이다. 반려동물에 개선된 식생활 습관을 적용한 뒤 분변을 재분석해 건강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업계에선 사람보다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했을 때 마이크로바이옴 진단 서비스가 더 유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은 전체 면역 세포의 70%가 분포하는 면역 기관이다.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장 내 미생물 분포가 불균형하면 각종 대사 질환을 앓는다. 사람과 함께 실내에서 생활하는 탓에 사람과 유사한 장질환, 피부질환, 비만 문제를 겪는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은 증상을 언어로 표현할 수 없어서 영양 불균형이 잘 감지되지 않는다"며 "마이크로바이옴 상태를 진단함으로써 반려동물의 면역 질환과 식습관 간의 연관 관계를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천랩도 올해 출시를 목표로 반려동물 마이크로바이옴 종합 관리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천랩 관계자는 "반려견과 반려묘를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장 건강 확인 앱 서비스 등을 해마루동물병원과 공동 개발 중"이라며 "해당 서비스를 출시한 뒤 피부 질환과 비만 개선에 도움을 주는 맞춤형 케어 제품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업체로선 반려동물이 유전자 검사 관련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매력이다. 규제로 인해 국내에선 소비자 의뢰를 통해 암 같은 질병 관련 유전자 항목을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반려동물에게는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고정욱 핏펫 대표는 "아직까지 국내외에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맞춤 서비스를 상용화한 사례는 없다"며 "반려동물 시장이 커져가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