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업계 맞수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근거리에 둥지를 튼다. 경기 성남시 판교역을 사이에 두고 두 기업이 업무 공간을 새로 마련한다. 도보로 1분 거리다. 최근 직원이 급증한 두 기업이 근무 여건이 좋은 판교 지역에 신규 사무실을 내면서 ‘이웃사촌’이 되는 셈이다.

 네이버·카카오, 도보 1분 '판교 이웃사촌' 된다
카카오는 흩어진 계열사를 모두 모아 판교 신축 빌딩에 입주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짓고 있는 ‘판교 알파돔시티 6-1블록’이 새 보금자리다. 카카오는 임대차 계약을 맺고 10년 동안 건물 전체를 빌렸다. 2022년 5월부터 카카오 판교 오피스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를 모두 입주시킬 예정이다.

네이버는 바로 옆 ‘판교 알파돔시티 6-2블록’ 건물의 공동 주인이다. 네이버는 2018년 이 건물을 짓는 미래에셋의 사모펀드(PEF) ‘미래에셋맵스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투자신탁 62호’에 1963억원(지분 45.1%)을 출자했다. 나머지는 미래에셋이 투자했다. 내년 준공 이후 네이버 계열사들이 입주할 계획이다.

두 기업이 사무 공간 확대에 나선 것은 기존 사옥의 업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직원 수(자회사 포함)는 2017년 8100명에서 2018년 1만5148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고, 지금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회사 직원 상당수는 성남시 정자동에 있는 본사 밖에서 일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본사 뒤편에 제2사옥도 짓고 있지만 인력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안정적인 사무 공간 확보 차원에서 판교 신규 개발부지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도 사정이 비슷하다. 작년 기준 카카오 직원 수는 8602명으로, 1년 전(7275명)보다 18% 늘었다. 2년 전(5832명)과 비교하면 47% 급증했다. 하지만 주요 거점인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 직원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 카카오 관계자는 “분산된 직원들이 함께 근무할 수 있는 사옥에서 업무 협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두 기업의 사옥이 마주하게 된 것은 IT기업들이 판교 테크노밸리에 몰리면서 이 지역에 쓸 만한 사무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판교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삼평동 641 공공청사 부지는 엔씨소프트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IT기업 관계자는 “카카오는 자사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 관련 상품 가게도 사옥에 배치하는 등 건물 전체를 카카오로 브랜딩하고 싶어 하는데, 판교에 상업시설이 가능한 대형 건물은 알파돔시티 등 몇 개 없다”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