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테라퓨틱스가 지난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내놓으면서 감염병 백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 이노비오도 20일 코로나19 백신의 동물실험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에 공개했다.

백신은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방패다. 이들과 비슷한 물질을 몸속에 넣어 인체가 면역반응을 경험하게 해 나중에 진짜 병원체가 들어오면 싸울 힘을 키워주는 원리다. 감염병에 대한 집단면역을 높여주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최우선 과제로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한 사람들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접종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알아봤다.
[이지현의 생생헬스] 6~18개월 만에 개발 끝내려는 코로나 백신
세포 대신 코로나와 결합하는 중화항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들어오면 이 바이러스의 겉부분에 돌기처럼 솟은 스파이크 단백질과 인체 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2가 만난다. 볼트와 너트처럼 딱 맞아떨어진 단백질과 수용체가 맞물려 세포 안으로 들어온다. 이후 세포 속에서 유전 물질이 복제되고 바이러스가 증식해 세포 밖으로 퍼져 나간다.

이런 과정을 경험한 인체 면역계는 바이러스를 적이라고 인식하고 이에 대응해 싸우는 시스템을 가동한다. 이때 만들어지는 것이 항체다. 이들 항체 중에는 코로나19가 세포 안으로 들어올 때 ACE2 대신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하는 중화항체도 있다. 중화항체가 스파이크 단백질에 맞물리면 ACE2와 만나지 못하게 된다. 세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바이러스는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하고 죽는다.

한 번 코로나19를 경험한 사람은 다음번에 코로나19가 와도 싸울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합병증을 얻을 위험이 높다. 백신은 바이러스와 싸우는 대신 바이러스와 비슷한 물질을 넣어 인체가 코로나19를 적이라고 인식하고 대응해 싸우는 시스템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백신을 만들려면 세균, 바이러스 등과 비슷한 물질을 몸속에 넣어야 한다. 독성을 없앤 병원체를 직접 넣기도 하고 죽은 단백질 조각을 넣기도 한다. 병원체와 비슷한 단백질을 만들어 넣기도 한다. 이런 백신을 단백질 백신이라고 부른다. 최근 주목받는 핵산 백신은 단백질 대신 단백질을 만드는 암호나 단백질을 만들도록 명령하는 물질을 넣는 방식이다. 직접 단백질을 만드는 방식보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지만 아직 이를 활용해 상용화된 백신은 없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까지 많은 변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유전물질 넣어주는 핵산 백신

코로나19 백신은 대부분 스파이크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다. 스파이크 단백질 조각을 넣거나 비슷하게 만든 가짜 스파이크 단백질을 넣는 방법 등으로 단백질 백신을 개발한다. 모더나에서 개발하고 있는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하는 물질(mRNA)을 넣어준다. 이 물질의 지령을 받아 세포 안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원리다.

모더나의 임상 1상 시험에는 총 45명이 참여했다. 18~55세 건강한 성인을 15명씩 세 그룹으로 나눠 백신 후보물질을 각각 25㎍(1㎍=100만분의 1g), 100㎍, 250㎍ 투여했다. 100㎍을 투여한 환자 중 1명, 250㎍을 투여한 환자 중 3명이 부작용을 호소했지만 심한 수준은 아니었다.

모더나는 이들에게 처음 후보물질을 투약한 지 15일이 지난 뒤 45명 모두에게서 항체가 만들어졌다고 발표했다. 25㎍을 투여한 그룹은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회복한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100㎍ 투여군 중 10명은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보다 높은 수준으로 항체가 생겼다고 했다. 이들 중 25㎍과 100㎍ 투여군에서 4명씩 8명은 중화항체가 생겼는지도 검사했는데 중화항체가 확인됐다고 했다.

평가 엇갈리는 모더나 백신

이런 모더나의 발표를 두고 평가는 엇갈렸다. 통상 백신 임상 1상은 안전성과 용량 수준을 확인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임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서둘러 효과를 발표하면서 혼란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논문 방식으로 이뤄진 발표가 아니기 때문에 항체가 얼마나 만들어졌는지, 중화항체 생성률이 얼마인지 등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한계다. 임상을 책임지고 있는 미국 감염병알레르기연구소의 안토니 파우치 소장이 아니라 제품 비용을 댄 모더나가 발표한 것도 논란이 됐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개 백신 임상 1상은 40~50명을 대상으로 통증, 압통, 발열, 부종 등 국소 부작용 증상과 마비, 간질 발작 등의 전신 부작용 증상을 보는 안전성 검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그는 “임상이 끝난 뒤 주관 연구 책임자인 파우치 소장이 회사에 결과를 알려주고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외부에 공개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며 “스폰서가 중간분석 결과를 보도자료로 발표한 것은 정상적인 임상 공개 방법이 아니다”고 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하는 핵산 방식 백신이 큰 부작용이 없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은 성과다. 김 교수는 “사람 대상 mRNA 백신 후보물질 임상을 처음 했는데 45명에게서 큰 부작용은 없었고 중화항체를 만든다는 단서도 파악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이번 결과가 앞으로 수십, 수백만 명 대상의 임상에서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만들어진 중화항체가 얼마 동안 지속될지도 아직 모른다”고 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안전성에 더 초점 맞춰야” 지적도

통상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10~1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장기간 백신 접종자들을 관찰해 이들에게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지 등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이런 과정을 6~18개월로 단축하고 있다. 세계 대유행 상황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백신 개발에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은 21일 온라인으로 열린 바이오산업 전시회 ‘바이오코리아 2020’에서 “바이러스마다 어떤 백신이냐에 따라 인류를 살릴 수도 있지만 큰 문제를 안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1960년대 홍역 백신은 생백신과 사백신이 모두 개발됐다. 사백신을 접종한 그룹에선 60만~90만 명 정도 면역이 생겼지만 실제 홍역이 돌았을 때 더 심각한 증상을 호소했다. 결국 1963년부터 1967년까지 사용된 뒤 시장에서 철수했다. 지금은 생백신만 예방 목적으로 사용된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이런 사례가 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백신을 개발해 실험용 쥐에게 투여했더니 나중에 실제 사스에 감염됐을 때 더 심각한 증상을 호소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가 많은 것도 백신 개발에는 장애다.

[이지현의 생생헬스] 6~18개월 만에 개발 끝내려는 코로나 백신
송 사무차장은 “옥스퍼드대에서 개발한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를 운반체로 활용하는 백신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운반체에 대해 상당한 임상이 진행돼 안전성이 입증됐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달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시작했고 6월에 5100명 대상 임상 3상을 할 계획”이라며 “미국, 중국에서 개발 중인 백신도 9월 사용승인을 받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내년 초 공급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