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국 어디에 세우면 5G 제일 잘 터질까…수학으로 알아내죠"
“통신기술에는 수학이 굉장히 많이 들어 있습니다.”

황강욱 KAIST 수리과학과 교수(사진)의 말이다. 그는 응용확률론을 이용한 통신망 최적화 분야에서 국내 손꼽히는 수학자다.

황 교수의 말대로 현재 통신기술의 초석은 수학에서 비롯했다. ‘디지털 통신의 창시자’로 불리는 클로드 섀넌이 발표한 1948년 ‘통신의 수학적 이론’에서다. 섀넌은 정보 혼잡도의 확률값을 토대로 정보량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제안했다.

황 교수는 “무수한 사용자가 접속하는 통신 네트워크는 로드(load)를 분산화하기 위한 확률 모델링이 필수”라며 “약간 거칠게 말하면 모든 통신 시스템은 수학적으로 디자인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7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문연구요원으로 5년간 재직하면서 네트워크가 관문(게이트웨이)에서 접속자를 빨리 식별하는 시스템(MPLS: 멀티 프로토콜 라벨 스위칭)을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엔 SK텔레콤의 통신 시스템 최적화 과제를 수행했다.

지난 4월부터는 5세대(5G) 이동통신망 품질을 높이는 연구를 ETRI와 함께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중 하나인 ‘가우스 확률 과정 회귀분석’ 등을 적용해 5G 망 품질을 높일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고속도로의 터널, 건물 내·외벽 등 여러 장애물을 거치며 세기가 바뀌는 5G 주파수 등을 채취해 어디에 기지국을 세우면 5G의 초고속, 초저지연 등 특징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찾는 연구다. 황 교수는 “5G는 새로운 네트워크인 만큼 품질 관리에도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소방청 가천대 강원대 호서대 등과 함께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가장 빨리 출동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이 3년 동안 30억여원을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건물 내 이산화탄소, 온도 등 화재감지센서가 어떤 물리·화학적 조건에서 가장 빨리 작동하는지 찾아 최적의 경보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목적이다. 역시 AI 알고리즘을 동원한다.

황 교수는 “AI에서 수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가을부터 ‘수학과 인공지능 개론’이라는 과목을 새로 개설했다”고 했다. 또 “2~3년 전부터 박사과정 졸업생들의 대기업 취업이 부쩍 늘었다”고 덧붙였다.

대전=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