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섭 기자의 바이오 탐구영역] (1) 펩트론 "더이상 신약 독자 개발 고집 않겠다…늦어도 올해 말 기술수출 완료"
1997년 설립, 한국 1세대 바이오 기업인 펩트론을 방문했습니다. 이 회사는 약물의 효능을 지속할 수 있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파킨슨병 치료제(PT320)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항암 효과를 내는 신약(PAb001)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신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다음주께 미국의 한 기관으로부터 치료제로 활용이 가능한지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최호일 펩트론 대표는 “회사 창업 후 기술수출이 없어 ‘거짓말만 한다’는 인식이 시장과 업계에 퍼져 있다”며 “1조원을 넘진 않겠지만 수천억원 단위의 기술수출을 늦어도 올해 말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업체 네 곳, 유럽 업체 세 곳과 구체적 협상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실력으로 보여주겠다”

올해 안 기술수출이 유력한 신약 물질은 PAb001입니다. PAb001은 세포 표면 당단백질인 뮤신1(MUC1)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입니다. 내용이 많이 어렵죠.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하겠습니다.
[김우섭 기자의 바이오 탐구영역] (1) 펩트론 "더이상 신약 독자 개발 고집 않겠다…늦어도 올해 말 기술수출 완료"
왼쪽 사진에 있는 나뭇가지 모양이 뮤신1이라는 당단백질입니다. PAb001은 이 뮤신1에 착 달라 붙습니다. 뮤신1에 달라붙는 신약은 이전에도 여럿 있었습니다. 펩트론이 다른 신약과 다르다고 얘기하는 포인트는 바로 뮤신1의 뿌리 부분에 달라붙는다는 겁니다. 세포에 달라붙어 있는 뮤신1은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면 뿌리가 아닌 줄기 부분이 잘려나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에 설명이 돼 있습니다.

정상세포에 당단백질이 빼곡히 있다면 암세포엔 별로 남아있지 않습니다. 줄기 부분에 신약 물질이 붙어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별다른 효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약은 사라질 겁니다.

하지만 PAb001의 경우 잘려나가지 않는 뿌리에 달라붙어 결국 세포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 뿌리를 바로 onco-tethered 뮤신1이라고 합니다. 이 물질이 결국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암세포를 공격하는 겁니다. 전문 용어로 카티(CAR-T) 치료제라고 합니다.

최 대표는 “이런 항암 작용에 대한 효과가 전임상에서 검증돼 데이터로 나왔다”며 “다음달 열리는 학회에서 이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12가지 암에 적용

이런 치료 방식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암 종류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유방암을 비롯해 자궁암, 췌장암, 대장암, 신장암, 급성골수성백혈병 등 12가지라고 합니다. 이번에 기술수출 논의가 진행 중인 건 12가지 암 전체에 대한 기술을 넘기는 방안입니다. 그만큼 수출 금액이 커질 수 있는 것이죠. 유방암 한 가지만 해도 2018년 기준 시장 규모가 24조원에 달합니다. 연간 환자 수만 23만명 수준이죠.

세포 표면에 물질을 붙여 병을 치료하는 방식은 암뿐 아니라 폐 염증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정상세포를 공격하려고 하면 표면에 붙어 있는 PAb001이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최 대표는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거나 세포 안에 침투했을 경우 이를 공격할 수 있는 물질”이라고 설명합니다.이런 효과를 보고 외국의 여러 제약회사와 연구기관이 “항암 효과 대신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라”고 권유했다고 합니다. 길리어드사의 렘데시비르가 돌아다니는 바이러스를 잡는다면, PAb001은 세포에 침투하는 바이러스를 잡는 셈입니다.

펩트론은 실제 치료제로 효과가 있을지 미국의 한 연구기관에 의뢰를 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다음주께, 늦어도 이달 안엔 나온다고 합니다. 최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관계자와 프리미팅도 잡힌 상황”이라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펩트론은 기술수출시 코로나19 치료에 대한 부분도 전부 넘기는 걸 전제로 협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든 적용증 기술수출

최 대표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올해엔 반드시 기술수출을 한다는 겁니다. 최 대표는 연세대학교 생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현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에서 근무했습니다. 연구소에서 에이즈 치료제와 실험실 자동화 시스템을 연구하다 자동화 시스템을 가지고 창업을 결심한 1세대 바이오 창업자입니다.

다만 2015년 코스닥시장 상장 후 변변한 기술수출이 없어 사실상 매출이 없었죠. 시장에선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기술수출을 할 것처럼 보이다가도 최 대표의 ‘고집’에 결국 독자 신약 개발로 갈 것이란 인식이 있었습니다.

이런 인식을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미국, 유럽 업체 다섯 곳과 물질이전계약(MTA)을 맺었습니다. 1년 정도가 지난 올해 기술력을 인정한 이 업체들이 구체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최 대표는 “기술이전 이후 앞으로는 파킨슨병 치료제인 PT320 연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PT320에 대해선 펩트론 ②회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