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S10 플러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 '갤럭시S10 플러스'/사진제공=삼성전자
새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와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을 내놓은 삼성전자가 전작인 갤럭시S10 시리즈와 갤럭시폴드의 출고가를 대폭 인하했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폰 신제품을 출시하면 전작 출고가를 파격 할인하는 새로운 가격정책을 실시하는 '신호탄'이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라이벌 애플이 이같은 가격정책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 출고가를 200만원 밑으로 끌어내렸다. 기존 출고가 239만8000원에서 199만8700원으로 약 40만원 할인된 금액이다.

삼성전자는 앞선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0 갤럭시 언팩'에서 갤럭시S20 시리즈와 갤럭시Z플립을 공개하면서 전작 갤럭시S10 시리즈의 현지 출고가를 약 17만7600원(150달러)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갤럭시S10 시리즈 3종의 미국 시장 가격은 △갤럭시S10e 약 70만9200원(599달러) △갤럭시S10 88만6800원(799달러) △갤럭시S10플러스 100만5200원(849달러)이 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의 출고가 인하는 미국 시장에 한정해서만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이번 갤럭시폴드 가격 인하는 전 세계 시장에 공통 적용된다.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폴더블폰 대중화 전략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 '갤럭시 폴드'/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 '갤럭시 폴드'/사진제공=삼성전자
일각에선 159만9000원에 달하는 갤럭시 S20울트라 등 고가 S20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S10과 폴드 가격을 낮춘 것은 삼성도 애플의 전통적인 가격전략을 도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애플은 하이엔드급 신모델을 고가로 출시하면서 기존에 출시된 아이폰 전작 시리즈 가격은 크게 내린다.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다수 확보한 애플은 고가 신제품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기존 모델 재고를 정리해왔다.

삼성의 이러한 움직임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무선사업부(IM) 부문 영업이익이 9조2700억원을 기록했다. IM 부문 영업익이 10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8년 만이었다. 갤럭시S10 시리즈의 전세계 출하량은 3600만대 수준으로 글로벌 흥행 기준이라 할 수 있는 4000만대를 넘지 못했다.

반면 지난해 아이폰11 시리즈를 내놓은 애플은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익을 올렸다. 애플은 기기별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 아이폰 전체 매출이 약 71조원(559억달러)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플래그십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자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물량을 늘리고, 탑재 성능을 높이는 등 중저가 폰 라인업 경쟁력 제고에 힘쓰기도 했다.

다만 통신사와의 관계가 애플과는 다른 삼성전자가 미국 외에 글로벌 시장에 이러한 애플식 가격전략을 확대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가 출고가를 낮추려면 그 차액을 통신사 등 유통망이 보유한 물량에 대해 보상 형태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다르다. 애플의 경우 출고가를 인하할 경우엔 차액을 유통망이 부담한다. 업계는 이같은 구조가 여느 제조사와 달리 애플은 자체 브랜드 파워가 높아 유통망에 특별히 구애받지 않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