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NYSE에서 발언하는 켈리 뢰플러 백트 최고경영자(CEO). / 사진=트위터
지난 7월 NYSE에서 발언하는 켈리 뢰플러 백트 최고경영자(CEO). / 사진=트위터
한동안 박스권에 갇혔던 가상화폐(암호화폐) 비트코인이 폭락했다.

비트코인 시세(이하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기준)는 25일(한국시간) 오전 3시40분경 급락하기 시작, 한 시간 뒤인 4시40분경 1000만원대가 무너졌다. 이후 소폭 반등해 오전 9시30분 현재 1040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대형 호재’로 큰 기대를 모아온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 ‘백트(Bakkt)’가 기대치에 못 미친 점이 폭락의 직접적 원인으로 추정된다. “소문난 잔치(백트 출시)에 먹을 게 없었다(첫날 거래량 약 8억원어치)”는 반응이 나왔다. 백트 서비스 개시 직후 약보합세던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뒤 급격하게 빠진 게 방증이다.

백트가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의 대형 호재로 간주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운영 주체 △참여 멤버 △거래 방식에서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선 운영주체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다. 전통 금융권 핵심 플레이어라 관련 법·규제 준수 여부에 대한 리스크가 낮다. 기존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 시장 대규모 유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 또한 강점으로 꼽혔다. 이러한 이유로 백트는 암호화폐 대중화 및 신뢰도 제고의 ‘티핑 포인트(급변점)’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스타벅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유명 글로벌 대기업들이 백트 설립에 참여한 점도 비트코인 결제 등 사용성 강화 전망을 밝혔다. 예치금 규모가 웬만한 은행을 능가하는 스타벅스는 이용자 수가 삼성·애플페이보다 많으며 디지털 결제를 확장하고 있다.

백트가 ‘실물인수도’ 방식, 즉 실제 비트코인 실물을 거래에 활용하는 점 역시 비트코인 수요를 늘릴 것으로 기대됐다. 만기 시점에 가격 차익을 현금 정산하는 방식의 기존 시카고상품거래소(CME)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 상품과 뚜렷하게 차별화했다.

정작 뚜껑을 열었더니 실망감이 퍼졌다. 첫날 백트의 선물 거래량이 71비트코인(약 8억원) 규모에 그친 탓이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기간 국내 거래소 업비트의 비트코인 거래량은 500억원대 규모였다. 기관투자자 본격 유입 전으로 시기상조임을 감안해도 암호화폐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백트 출시로 기대되는 효과는 긴 호흡인 데 반해 암호화폐 투자자 반응은 호흡이 짧아 ‘간극’이 불가피해 이번 비트코인 폭락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암호화폐를 현금 및 금융자산으로 인정 않는다”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발표가 나온 것 역시 다소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130여개국이 사용하는 IASB 산하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는 회계기준 적용과 관련, 암호화폐는 화폐나 금융자산으로 분류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일본은 IFRS 기준이 아닌 자체 기준을 사용해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IFRS 해석위 판단대로 암호화폐를 무형자산으로 취급하면 제도권 진입과 암호화폐 기반 금융상품 취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봉구/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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