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최초, 세계 5번째
국제연구센터에 지정

냉중성자 실험시설 등 5곳
동남아·阿 이어 요르단 등
연구로 수출 본격 나서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들이 방사성 동위원소생산시설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동위원소생산시설은 방사선을 차폐하기 위해 콘크리트 및 납 핫셀(차폐셀)로 둘러싸여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들이 방사성 동위원소생산시설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동위원소생산시설은 방사선을 차폐하기 위해 콘크리트 및 납 핫셀(차폐셀)로 둘러싸여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의학원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원자력 기술 전수에 나섰다. 이달 16~2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63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총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공식화했다.

연구용 원자로 국제인증 받아

원자력연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는 이번 IAEA 총회에서 아시아·태평양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연구용원자로센터(ICERR)로 지정됐다. 국내 유일한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는 1995년 가동을 시작했다.

국제연구용원자로센터는 IAEA가 교육 및 훈련, 연구개발(R&D) 능력을 갖춘 세계 주요 연구용 원자로를 엄격한 심사를 거쳐 2015년부터 지정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원자력 연구개발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지원한다.

하나로의 국제연구용원자로센터 지정은 2015년 프랑스 원자력청(CEA), 2016년 러시아 원자로연구소(RIAR), 2017년 벨기에 원자력연구소(SCK-CEN) 및 미국 에너지부(DOE)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다. 아태지역에서는 최초다.

연구용 원자로는 세계적으로 224기, 아태지역에 47기가 운영 중이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국제연구용원자로센터 지정은 하나로의 성능은 물론 운영, 교육훈련, R&D 능력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로는 지난해 말 99주기 운전 중 수소압력 증가로 인해 자동정지 후 가동중단된 상태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가동재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왼쪽)이 코넬 페루타 IAEA 사무총장대행으로부터 ‘하나로 국제연구용원자로센터’ 현판을 전달받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왼쪽)이 코넬 페루타 IAEA 사무총장대행으로부터 ‘하나로 국제연구용원자로센터’ 현판을 전달받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요르단에 이어 두 번째 수출 대상국 모색

이번 국제연구용원자로센터 지정에 포함된 대상 시설은 하나로, 냉중성자 실험시설(CNRF), 조사재 시험시설(IMEF), 동위원소생산시설(RIPF), 원자력교육센터(NTC) 등 다섯 곳이다.

개방수조형으로 이뤄진 하나로의 열출력은 30메가와트(MW)다. 중성자를 이용한 기초과학 연구,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및 연구, 핵연료 개발 등에 활용한다. 중성자 도핑 등 산업서비스도 제공한다.

동위원소생산시설은 방사선을 차폐하기 위해 콘크리트 및 납 핫셀(차폐셀)로 둘러싸여 있다. 요오드(I)-131, 요오드-125, 이리듐(Ir)-192 등을 생산한다. 한국우수의약품(KGMP) 인증시설이다.

냉중성자 실험시설은 2010년 준공됐다. 에너지가 매우 낮은 냉중성자를 활용해 나노미터 크기의 구조물과 동적 현상을 관측한다.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개발에 유용한 시설로 꼽힌다. 조사(照射)재 시험시설은 8개의 시험용 핫셀과 10m 깊이 수조로 구성됐다. 길이는 71m로 31개의 작업공간으로 구분돼 있다. 하나로에서 조사된 핵연료, 상용 발전로의 사용후핵연료를 시험하는 시설이다.

원자력연은 그동안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을 대상으로 교육 훈련을 제공해왔다. 이번 국제센터 지정을 계기로 하나로를 아태지역 원자력 연구의 거점으로 만들고 연구로 수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박원석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요르단 연구용원자로(JRTR) 수출에 이은 제2의 연구로 수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개도국 암퇴치에 기여하겠다”

김미숙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장은 이번 IAEA 정기총회 과학포럼에서 ‘한국이 개도국의 암퇴치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와 협력한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이 포럼은 지속가능한 원자력 이용과 관련된 주제를 매년 선정해 진행한다. 올해는 ‘암 관리 활동의 지난 10년과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김 원장은 “국가RI(동위원소)신약센터의 테라노틱스(개인별 맞춤형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기술) 인프라를 활용해 기술 선진국으로서 위상을 제고할 것”이라며 “과거 국제사회의 도움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개도국의 암 퇴치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국가RI신약센터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신약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지원하는 곳이다. 2013년부터 938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8월 문을 열었다. 초감도가속질량분석기,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비임상평가시설, 방사성의약품 생산시설, 마이크로도즈 임상시험시설 등으로 이뤄졌다. 마이크로도즈란 인체에 해가 없는 극미량의 방사성 동위원소 표지약물을 투여하는 시험을 말한다.

기존 신약개발 과정은 신약 발굴→약물 평가→임상→승인 과정을 거치는데, 통상 임상 과정에서 신약개발을 계속할지 중단할지 결정한다. 그러나 마이크로도즈 기법을 쓰면 많은 비용이 드는 임상 전에 신약개발을 지속할지 여부를 빨리 판단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2013년부터 IAEA와 협력해 아태지역 방사선종양학과 의사, 물리학자, 방사선사의 교육연수 사업을 하고 있다. 의료 기술을 전수하는 지역훈련 거점도 몽골, 스리랑카 등에 세웠다. 영상·핵의학, 방사선종양학 분야 기술 보급으로 개도국의 방사선 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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